미국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정보 분석 결과를 한·미 정보당국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7월 10일 담화를 발표한 이후 한 달 반 동안 북한이 미국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통해 제재 완화 등 원하는 선물을 얻겠다는 입장에서 선회해 미국 대선 상황을 관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7월 10일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힌 이후 미국에 대한 성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소식통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도 이 같은 내용의 정보 분석 결과를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들어감에 따라 과거보다는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과 그로 인한 미국 경제 침체 등으로 이번 대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밀리는 상태다. 북한도 이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미 정책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 워싱턴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오는 10월에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된다.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시나리오다. 북한은 지난 미국 대선이 치러졌던 2016년 9월 9일에 5차 핵 실험을 감행했었다. 4년 전 이맘때다.
올해 가장 큰 변수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10월 10일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념일에 도발을 감행하는 패턴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날에 맞춰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이 5차 핵 실험을 했던 2016년 9월 9일도 북한 정권수립 68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코로나19 확산, 홍수, 흉작, 대북 제재로 인한 어려움 등 국내 문제가 겹치다 보니 김정은 위원장은 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부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미국 대선 전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북한이 신중한 스탠스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가우스 국장은 이어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대선에서 북한 이슈의 비중은 매우 낮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봤자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우스 국장은 “10월 10일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북한 입장에선 정치적 목적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국면이 진행되는 동안 핵 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아 북한 입장에선 기술적으로 이를 검증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서 “북한은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핵 동결 등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잘 처리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