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개신교 단체인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가 지난 주말 대면 예배 강행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자 일부 지역교회는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부기총과 선 긋기에 나섰다.
25일 부산 종교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일부 교회들은 해당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부착해 대면 예배를 강행한 부기총 집행부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이는 부산을 대표하는 기독교 실천운동 기관인 부산성시화운동본부가 부기총 입장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남규 부산성시화운동본부 기획단장은 “기독교는 가톨릭과 다르게 한국 교회를 대표하고 구속력을 가진 단체는 없어 부기총이 모든 교회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래서 지난 주말 부산 지역에서도 대다수 교회들이 비대면 예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교회는 방역에 솔선수범하고 있고 정상적인 공권력에 대해 찬성하지 절대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박 단장은 “방역은 신앙이나 정치가 아니라 과학과 의학이다. 교회도 방역에 신앙을 동원해선 안 되고 정부도 방역에 정치 지형이나 편견을 대입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는 이달까지 대면 예배를 하지 않고 정부 방침에 적극 따르겠다는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NCCB)도 입장문을 내고 “교회 모임이 바이러스 창궐의 도화선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교회는 겸손해져야 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태 해결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오는 31일까지 지역 교회에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부기총 임영문 회장이 목사로 있는 부산진구 전포동 평화교회는 시의 방침을 무시하고 23일 오전 예배를 강행했다. 부기총은 전날 현장 예배 강행, 부산시 행정명령 철회 촉구 등을 담은 공문을 부산 지역 16개 구·군 기독교연합회와 소속 1800여 지역 교회에 발송했다.
임 목사는 “대한민국에서 비대면 예배가 가능한 교회는 10%도 되지 않는다”며 “비대면 예배가 불가능한 교회들에 온라인 예배를 하라고 하는 것은 예배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예배는 우리의 생명이고 양식인데 양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면 누가 참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많은 목사님들이 부산시의 공문을 받고 부기총의 입장을 물어와 우리는 신앙 양심상 비대면 예배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다른 교회는 목사님들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가 있고, 신앙을 선택할 수 있는 양심의 자유가 있다”며 “그런데 왜 이렇게 정부가 기본 헌법을 무시하고 함부로 행정명령을 내리느냐”고 비판했다.
한편 부산시가 23일 부산 지역 전체 1765개 교회를 일제히 점검한 결과 약 15%인 279곳이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