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건령(49·사법연수원 31기)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부장검사)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인사가 법무부의 직제개편과 맞물리는 만큼, 이 과장을 시작으로 검찰 간부들의 사표가 여럿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과장은 25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사직 인사를 올렸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죄송스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직인사를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가족에게 돌아가는 게 올바른 선택인 것 같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이 과장은 “제 경험과 고민들이 검찰 업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아주 조금이나마 없진 않았다”고 20년 가까운 검사 인생을 돌아봤다.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법무부 공안기획과 검사,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장 등 공안 분야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다. 검찰 구성원들을 향한 마지막 당부도 공안 검사의 시각에서 이뤄졌다. 그는 “훌륭한 동료 선후배들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국가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하는 지난한 업무를 새로운 시각에서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며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직인사 글에서 ‘바뀐 사법 환경’이라는 말을 두 차례 했다. 공안부가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바꾸고, 법무부의 직제개편 결과 공안 분야의 직접 수사가 점점 축소됐던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장은 “바뀐 사법 환경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의 맡은 바 업무를 묵묵히 해나간다면, 장차 국민이, 국가가 검찰을 믿어주시리라 굳게 믿는다”고 적었다.
이 과장은 2009년 대검 중앙수사부에 파견을 나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사건을 수사했다. 이때 그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그는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조사에 참여한 사실은 없다”고 알렸다.
그가 부장검사로 있던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에는 올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가 직권남용이라는 고발 사건이 배당되기도 했었다. 이후 이 과장은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으로 일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근무한 대검 공공수사부 소속 공안수사지원과는 이날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따라 선거수사지원과와 통폐합될 예정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