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부는 글렀어요” 원격수업 발표에 애타는 학부모들

입력 2020-08-25 17: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가 다음달 11일까지 원격수업(고3 제외)을 실시키로 하면서 학부모들은 또 자녀 학습을 오롯이 떠안게 됐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는 안도했지만, 학업과 보육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 것에는 막막한 심경을 호소했다.

서울에 사는 40대 함모씨는 25일 “또 원격수업을 한다니 올해 아이들 공부는 글렀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함씨는 중2와 고1인 두 자녀를 학원에 보낼 처지가 안되는데 학교마저 나갈 수 없게 돼 두 아이의 학업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함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본적인 것을 배우지 못하니 학원이라도 보내달라고 하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젊은 시절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라고 자책했다.

원격수업 하겠다는 결정만 내려놓고, 원격수업의 질적 향상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정부가 원망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에서 중3 학생을 키우는 다른 학부모는 “올해 초에는 온라인수업 전환 준비로 정신 없었다고 하지만 2학기 원격수업도 1학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내년에도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될텐데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하루 빨리 만들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들은 벌써부터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30대 워킹맘 김모씨는 첫째와 둘째 아이를 모두 60대인 친정엄마에게 맡길 수 없어 연차휴가 사용을 고민 중이다. 김씨는 “학원을 돌리자니 집단감염이 걱정되고, 온라인학습만 하자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질까 너무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실 학교에서 방역지침이 완벽히 지켜지지 않아 학부모의 불안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김모(41·여)씨는 “1학기에 수저와 젓가락을 개인이 챙기라 했는데 아이들이 가져오지 않아 한 수저통을 여러 명이 뒤적거려 사용했다더라”며 “통제가 전혀 안 돼 학교측과 여러 번 싸웠다”고 전했다. 김씨는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게 두렵고 무서웠는데 (원격수업 시행이)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3 학생들도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모(18)양은 “곧 수시 시즌이 시작되는데 학교에 남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칸막이도 소용 없다는 말이 있어 급식을 먹을 때마다 계속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모(18)양은 “대학면접이 연기되거나 온라인면접으로 전환돼 혹여나 형평성이 저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온라인교육은 학교에서 배우는 감성·인성교육을 종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라며 “점점 벌어지는 학습격차에 대한 보완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