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사법부, 책상 앉아 안이한 판단”… 집회허가 비판

입력 2020-08-25 17:3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5일 보수 단체의 서울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원 결정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법부가 책상에만 앉아 안이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성을 법원이 고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법원 결정은 국민은 집회의 자유가 있다는 헌법 조항에 기반한 것이고, 기존 판례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이 전면적 집회 금지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는 반박도 나온다. 정부가 법원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 장관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대해 “사태를 좀 안이하게 판단한 것 아닌가,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사법부가 책상에 앉아서만 그럴 게 아니라 국민과 같이 협조할 때는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장관이 법원 결정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종합정책 질의에서 “잘못된 집회의 허가 때문에 그런 것(방역 정책)들이 다 무너지고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서울시의 집회 금지 통보 처분에 반발하면서 낸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법원은 당시 헌법 가치를 고려할 때 집회의 전면적인 금지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감염병으로부터의 건강보호를 고려해도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집회시간, 규모,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필요한 최소 범위 내에서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촛불집회 때도 전면적인 집회금지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집회로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던 이상 법원이 전면적 집회금지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박 부장판사는 당시 결정문에서 서울 소재 여러 공연장에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이 모이고 있는데 서울시가 영업을 전면 제한하고 있지는 않는 점 등을 지적했다. 서울시가 최근 개최됐던 집회들은 허용했는데 이번 집회를 금지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가 법원 결정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삼권분립 원칙도 훼손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