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인 강경화 “책임지겠다, 사과 못한다”며 여당 의원과 설전

입력 2020-08-25 17:20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당 의원과 목소리를 높이며 설전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총리 간 통화에서 외교관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데 대해 질타가 이어지자 강 장관은 “책임지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강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강 장관은 뉴질랜드 국민과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이 의원 주장에 “외교관계에는 기본 틀이 있다”며 “외교장관이 다른 나라에 사죄한다는 건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상 외교 차원에서 문제가 된 건 외교적으로는 이례적 상황이기도 하고, 언론을 통해 나오는 피해자 얘기들도 사실인지 아닌지 신빙성도 점검해야 한다. 직원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우리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송구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나랑 논쟁하자는 것”이냐며 사과를 재차 압박했지만 “뉴질랜드에 책임을 져야 할지 안 할지는 다른 문제”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는 사과 못 드린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또 “양국 관계에 기본 틀이 있고 의제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되면서 틀어진 부분이 있다”며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된 건 뉴질랜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통화에서는 조율되지 않았던 의제인 우리 외교관의 뉴질랜드 현지 남성 직원 성추행 사건이 논의됐다. 통상 정상 간 통화는 양국 외교채널을 통해 긴밀히 사전에 의제를 조율한 후 이뤄진다. 이에 외교부가 뉴질랜드 외교당국과 소통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 의원이 “대통령이 망신 당한 것에 대해 책임지라”라고 몰아세우자, 강 장관은 “책임지겠다.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에 사과하는 건 다른 문제이고 국격의 문제”라고 응수했다. 이 의원 발언 시간이 초과해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강 장관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 나서 양측에 “흥분을 가라앉히시라”고 말했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진 강 장관이 여당 중진인 이 의원과 목소리를 높여가며 논쟁을 벌인 건 이례적이다.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외교부에만 집중되자 강 장관이 적극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통합당 의원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최근 논란이 된 발언들을 쏟아낸 송영길 외통위원장에게 “외통위원장 발언은 그 자체로서 무게감이 있다”라며 “부적절한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잘 참고하겠다”면서도 언론이 취지와 달리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송 위원장은 최근 뉴질랜드 주재 우리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유엔군사령부에 대해서는 “무족보”라고 발언해 외통위원장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