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괴롭힘 중단해야”… 유럽 5개국 방문 나선 中외교부장

입력 2020-08-26 00:17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5일 관영 신화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유럽을 향해 “중국을 그만 괴롭히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럽 순방을 앞두고 전날 항구도시 베이하이에서 헝가리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왕 부장은 이 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은 ‘경제 분리’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글로벌 산업체인의 정상 작동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경제 분리 주장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만큼 미국을 뜯어간 나라는 없다”면서 “중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경제 분리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독립국이라면 자주적으로 디지털 네트워크 주권을 포함한 경제 주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열려있는 시장을 서로에게 닫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중국기업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유럽의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유럽은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괴롭힘을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유럽은 중국의 홍콩 국가안보법 강행을 비판하며 중국과의 갈등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1주일 일정으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을 도는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섰다. 왕 부장은 각국 지도자와 만나 팬데믹 이후 중국과 유럽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최근 미국 주도의 ‘반중 전선’을 저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