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태풍 ‘바비’가 과거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 ‘매미’에 비견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관측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25일 서귀포 남남서쪽 약 460㎞ 해상에서 시속 16㎞ 속도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쯤에는 중심기압 945㍱,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5m인 강도 ‘매우 강’ 상태로 세기가 세져 26일 오후 9시까지 ‘매우 강’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7m인 ‘매우 강’ 상태로 제주와 전남을 지날 전망이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부의 최대풍속으로 분류하는데 초속 25∼33m는 ‘중’, 33∼44m는 ‘강’, 44∼54m는 ‘매우 강’, 54m 이상이면 ‘초강력’으로 나눈다. 초속 47m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169㎞다.
강도 ‘매우 강’인 태풍이 2000년대 들어 한반도에 상륙한 사례는 없다. 2003년 태풍 '매미'의 경우 중심기압 954㍱,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1m의 강도 ‘강’의 세력을 유지하며 한반도에 상륙했는데, 당시 제주를 휩쓸며 2명의 인명피해와 역대 4위에 달하는 481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2012년 태풍 ‘볼라벤’ 역시 상륙 당시 중심기압 954㍱,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38m의 ‘강’ 상태였다.
태풍 ‘바비’의 위력은 이동 경로와 강풍 반경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태풍 바비는 제주도 서쪽 해상을 거쳐 가거도와 흑산도 인근을 지날 것으로 보이는데, 바비가 서해를 따라 북진하면 우리나라는 바람 영향을 강하게 받는 태풍의 오른쪽 위험 반원에 들게 된다.
태풍 바비의 이동 경로와 흡사한 태풍은 새벽시간대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서해상으로 진출한 2012년 ‘볼라벤’과 지난해 ‘링링’이 꼽힌다. 볼라벤 내습 당시 서귀포시 화순항 앞 해상에 정박했던 중국어선 2척이 좌초돼 선원 33명 중 15명이 숨졌다. 당시 볼라벤과 덴빈 등 태풍 2개가 잇따라 제주를 덮치며 572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링링 내습 때도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내 95m짜리 크루즈 관광객 이동용 무빙워크가 침수됐으며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동방파제 안전난간 500m가 파손됐다. 또 강한 바람에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초 다목적강당 지붕이 무너지는 등 도내 30개 학교가 크고 작은 시설 피해를 봤다.
태풍 바비는 제주도 서쪽 해상과 서해상을 지나면서 ‘매우 강’ 강도를 유지하고, 강풍 반경은 400㎞ 이상 ‘중형’ 규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태풍 바비는 링링, 볼라벤과 이동경로가 비슷하지만 중심 부근 최대풍속만 보면 강도가 더 셀 것으로 예측된다”며 “링링, 볼라벤과 달리 오후시간대 제주에 최근접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내일(26일) 외출을 삼가고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