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24일 0시부터 서울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최대한 막으려는 조치지만 일상에서 ‘노마스크’ 고객들과 매일 마주하는 카페, 편의점, 식당 등 업계 종사자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1)씨는 25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에 아예 카페 문을 닫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만 주문 받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도 줄어든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을 두고 단골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느니 차라리 당분간 문을 닫아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조씨는 “주문할 때 마스크를 내리거나 매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는 여전히 흔하다”며 “코로나19로 장사도 어려운 마당에 손님을 쫓아내느니 온라인 주문만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음료를 마시는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혼자 있더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일행과 대화할 땐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나 벗고 있어야 미착용에 해당하는 것인지 애매하고 현실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도 어렵다는 게 카페, 편의점 등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동작구 학원가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30)씨는 “마스크를 아예 안 쓴 손님들에겐 착용해달라고 말하지만 입만 가리고 있다거나 턱에 걸쳐쓰는 손님들에겐 ‘마스크 똑바로 써달라’고 말하는 게 괜히 시비를 거는 것 같아 민망하다”며 “점심시간쯤 사람이 몰릴 땐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왜 내가 마스크 착용을 감시하고 권고하는 일까지 해야하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최근 인근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부적처럼 손세정제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대부분 동네 주민이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편한 차림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가뜩이나 손님도 줄었는데 없는 마스크를 쓰라거나 쫓아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초구에서 파스타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33)씨는 마스크 의무화가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는 “밥 먹는 도중에 마스크를 써달라 할 수 없지 않나. 만약 업주들에게도 벌금을 물리게 된다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석 밖에 안되는 작은 식당이라 거리두기 조치 만으로도 매출이 반토막 났는데 불편함을 느낀 손님들이 아예 방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내려졌음에도 이날 오후 1시쯤 여의도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턱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점심시간쯤엔 근처 직장인들이 몰리는 바람에 2m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모(28)씨는 “매장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많아 불안해서 테이크아웃하려 한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된 건 알고 있지만 음료를 마실 땐 마스크를 내릴 수 있다고도 하니 정확히 어떻게 하란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