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미국의 ‘젊은 개미’들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과 같은 SNS로 투자 정보를 접하고, 증권거래 앱 로빈후드로 실전 투자에 나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지수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SNS에 수많은 투자 성공담이 올라오자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에 뛰어드는 경향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로빈후드 투자자’의 투자 성과가 기존 금융투자업계보다 더 쏠쏠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이어지면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빈후드 종목’(#robinhoodstock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틱톡에 올라온 동영상은 최근 310만건을 넘어섰다. 영상 대부분은 금융 전문가가 아닌 틱톡에 익숙한 젊은 투자자들이 올린 것들이다. ‘초단타 매매기법’(#daytrading)이란 주제로 인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에롤 콜먼(21)은 미국 애덤스주립대 3학년 재학생이지만, 틱톡 팔로워가 15만8000명이 넘는 ‘투자 인플루언서(SNS 유명인)’다. 콜먼은 1분도 안 되는 짧은 영상에서 음악에 맞춰 랩을 하며 자신의 투자 철학이나 주식 용어 등을 설명한다. 투자한 종목이 오르면 춤을 추기도 한다. 재무제표 분석 등의 통상적 투자 기법은 쓰지 않지만, 짧고 단순한 영상들이 투자에 두려움을 느끼는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블룸버그는 “많은 젊은 투자자들이 SNS에서 콜먼과 같은 비전문가를 통해 투자 정보를 얻고 있다”며 “이들은 특히 (나이 등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투자의 정답을 얻는 걸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SNS에서 투자 정보를 습득한 젊은 개미들은 로빈후드를 이용해 직접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2013년 출시된 로빈후드는 기존 주식투자 앱의 복잡한 화면 구성을 단순하게 바꾸고, 주식투자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으면서 최근 젊은 투자자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 100만명 수준이던 로빈후드 이용자는 현재 1300만명을 돌파했는데, 올해 새로 가입한 300만명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나타났다.
로빈후드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금융투자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미국 투자은행(IB) 오펜하이머앤드코퍼레이션의 수석 투자전략가 존 스톨츠푸스는 블룸버그를 통해 “(SNS를 통한) 1분 투자 수업으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 인플루언서들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틱톡과 로빈후드에 의존하는 젊은 개미들이 금융 전문가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로빈후더들의 선호 종목이 올 3월 이후 61%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월가 헤지펀드가 투자한 종목들은 45% 오르는데 그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미국 CNBC방송은 “초보 투자자들의 성과가 헤지펀드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