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향해 “얼굴 한방 후리고싶네”…브라질 대통령의 품격

입력 2020-08-25 15:01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코로나19에 승리하는 브라질’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막말로 구설에 올랐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번에는 취재진을 향해 “주먹으로 얼굴을 한방 후려갈기고 싶다”고 위협했다. 매일 수 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기행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5일 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성당을 찾은 자리에서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전직 보좌관과 관련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전 보좌관이 아내의 계좌에 수상한 돈을 입금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보좌관은 1980년대 중반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 일가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남 플라비우가 리우데자네이루 주의원이던 시절 보좌관들에게 지급한 돈 일부를 돌려받은 ‘월급 쪼개기’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집권 이래 줄곧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장남과 관련된 질문에 ‘발끈’ 이상으로 선을 넘은 것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코로나19에 승리하는 브라질’ 행사에서 한 의사와 셀카를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다음날에도 언론인들에게 악담을 이어갔다. 그는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코로나19에 승리하는 브라질’ 행사에서 “언론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작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 3월 말 국영TV를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연설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신은 “과거 군 복무 시절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작지만, 언론인들은 코로나19에서 자신보다 생존 가능성이 작다”고 말한 것이다.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으로 표현하고, 지방 정부의 사회적 격리 조치에도 반대한 바 있다. 그는 이후에도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가 5000명을 돌파한 것에 비판이 쏟아지자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항변하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에는 잘못된 정보가 낳은 공포심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관저 앞에서 통화하고 있다. 당시는 그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를 하던 때다. AFP 연합뉴스

방호복을 입은 브라질 장의사들이 지난 4월 19일(현지시간)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의 한 묘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로 추정되는 여성을 매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가 수장의 기행 속에 브라질 국민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날 브라질 보건부가 발표한 자료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362만2861명이다. 신규 확진자 4만∼5만명대를 기록하던 일주일 전보다 확진세가 누그러졌다지만, 이날도 1만7078명이 새로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누적 사망자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만5000명을 넘어섰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