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필로폰 대량 제조한 기술자들 중형 확정

입력 2020-08-25 14:49

서울 도심 호텔에서 필로폰을 대량 제조한 외국인 마약 제조 기술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대만인 B씨에게는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마약 제조 기술자인 A씨 등은 2019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서울 종로구의 호텔에서 소위 ‘필로폰’으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을 대량 제조하고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호텔에 묵으면서 만든 필로폰은 약 3.2㎏으로 12만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필로폰 제조기술을 습득해 호텔방에서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엑스터시를 밀수입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필로폰이 압수돼 필로폰이 시중에 유통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만일 피고인이 제조한 필로폰이 시중에 유통됐다면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단순한 필로폰 제조자를 넘어 국제 마약범죄조직의 일원으로 보이는 바 이를 엄히 처벌해 우리 사회 및 구성원을 국제 마약범죄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는 자신과 관련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필로폰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환경에 놓여 있었던 점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증거 채취가 이뤄진 후 A씨의 소변 및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이상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투약 양 및 투약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투약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B씨에게는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B씨가 A에게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도구를 공급하며 범행을 도왔지만 제조에 핵심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B씨를 방조범으로 판단했는데 2심은 공동정범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2인 이상이 공모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의 공모는 범죄를 공동 실행할 의사가 있는 공범자 상호 간에 직·간접적으로 그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충분하고, 범죄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A씨에 대해서는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필로폰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점, 국내에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10년으로 감형했다. A씨와 B씨 등은 양형을 이유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