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씩 띄어 앉는 ‘지그재그 좌석제’를 운영하지 않던 민간 뮤지컬 공연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 강화로 속속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좌석을 기존의 50% 안팎으로 줄이면 재정적 피해가 막심해 공연계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CJ ENM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뮤지컬 ‘킹키부츠’와 ‘어쩌면 해피엔딩’에 지그재그 좌석제를 적용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은 8월 25일부터 9월 6일 까지 기존 예매 건을 일괄 취소했다. 새로운 거리 두기 기준을 적요한 좌석표 예매는 오는 26일 재개할 예정이다. 28일 개막 예정이던 ‘베르테르’ 공연도 다음 달 1일로 연기했다. CJ ENM은 “코로나 집단 감염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강화 및 방역 수칙 의무에 따라 (거리두기 좌석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마리 퀴리’ 공연도 다음 달 1일부터 13일까지 객석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한다. 오는 30일까지 취소된 티켓은 재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썸씽로튼’ 역시 향후 공연에 관객 밀집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25일부터 30일까지 9회차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제이미’도 오는 30일까지 공연을 모두 취소한 상태다.
지금까지 국공립 공연장과 달리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민간 공연계는 지그재그 좌석제를 따르지 않았다.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가만히 앉아있는 극장 특성상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극히 낮을뿐더러 절반의 좌석으로는 수익을 전혀 담보할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정부의 강화된 방역 조치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거리 두기를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가 제작사들이 공연을 지속할 동력의 약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공연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오페라의 유령’ 공연 주관사 클립서비스도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거리 두기 좌석제를 도입하는 대신 대구 공연을 아예 조기 종연키로 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좌석 거리 두기를 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기 위해 공연을 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