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성비위’ 사건 靑 조사 후 뒤늦게 사과한 강경화

입력 2020-08-25 09:15 수정 2020-08-25 09:20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이번 사과는 외교부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청와대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강 장관은 24일 화상으로 열린 실·국장 회의에서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 비위 사건이 지난달 28일 한-뉴질랜드 정상통화 때 제기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국민께 심려 끼쳐 드리게 됐다”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로부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이첩받았다”고 한 강 장관은 “이를 검토해 신속히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또 “향후 성비위 사안에 대해 발생시기와 관계없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며 “관련 조항의 보완 및 내부 교육 강화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외교관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남자 직원의 신체 부위를 3차례에 걸쳐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지난 2018년 하반기 감사를 진행한 뒤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피해자가 동성(同性)인 남성이었고, 친밀감의 표현으로 몇 차례 ’툭툭’쳤을 뿐이란 A씨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 진 것이다. 아울러 외교부는 뉴질랜드 법원이 해당 외교관에 대해 성추행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송환을 거부했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으로 우리에 대해서 요청하면 사법 공조라든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서 우리는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여당 의원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자끼리 엉덩이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며 “A씨의 신병 인도 요구는 ‘오버’로 보인다”고 옹호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결국 정상 간 통화에서까지 거론되면서 ‘외교 망신’ 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직접 해당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후 청와대가 직접 감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대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외교부에 통보했다. 결국 강 장관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사과했다.

한편 문제의 외교관은 필리핀에서 근무하다 이달 초 귀임 발령을 받고 지난 17일 귀국해 자가격리 중이다. 외교부는 또 뉴질랜드에서 공식적으로 사법공조 요청을 하면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혀 신병 인도에 따른 현지 조사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