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더” 외침에 트럼프 “12년 더”…공화당 대선후보 선출

입력 2020-08-25 06:27 수정 2020-08-25 15: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24일(현지시간)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부통령 후보에 다시 지명됐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확정됐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이 대선 승리를 염원하면서 “4년 더”를 외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조로 “정말 그들(민주당)을 미치게 만들길 원한다면 여러분들은 ‘12년 더’를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은 “12년 더”를 외쳤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 중임, 최대 8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선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시 내비친 것이다.

공화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지난 2월 3일부터 8월 11일까지 6개월 넘게 진행됐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50개주와 괌 등 미국령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만장일치로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 후보 지명은 각 지역의 대의원 336명이 참석해 경선 결과를 ‘롤 콜(Roll Call·호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화당 경선에는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조 월시 전 하원의원이 경쟁자로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역부족이었다.

로나 맥 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롤 콜’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2550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만장일치로 후보로 지명됐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깜짝 등장해 엄지를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장소에 시차를 두고 각각 전격 방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통적이지 않은 등장(unorthodox appearances)”이라고 표현했다. 대선에 출마하는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은 자신의 후보 수락 연설을 하기 전까지는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미국 정치 전통을 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는 승리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민주당)은 공화당으로부터 선거를 훔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도입 확대가 추진 중인 우편투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들(민주당)은 총기를 원치 않고, 석유와 가스도 원치 않는다”면서 “그들은 하나님도 원치 않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번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나는 여러분들이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의 차이를 인식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의 후보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온라인으로만 출연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은 좋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이한 미국 경제의 침몰한 것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대선 판도를 바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전당대회는 여론조사에서 뒤지면서 반전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순간”이라고 “그의 참모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선거운동의 추진력을 변화시킬 기회를 제공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일이었던 24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으로 북한이 세 차례나 언급됐다.

지지 연설에 나선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2018년 5월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미국으로 송환한 일을 대표적 성과로 내세웠다.

공화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란·터키·시리아·베네수엘라 등에 억류됐던 해외 인질을 송환한 공적을 소개하는 별도 영상과 코너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송환자 6명과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됐다. 다만 한국계 미국인 송환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오바마와 바이든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도록 내버려 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약함을 거부하고 역사상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제재를 통과시켰다”고 치켜세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