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성추행 의혹에 고개숙인 강경화…“국민께 송구스럽다”

입력 2020-08-24 21:31
독일 출장을 마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해 입국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4일 우리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강 장관은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 비위 사건이 지난달 28일 한·뉴 정상 통화에서 제기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강 장관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상 간 통화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외교관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외교부 대응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강 장관은 또 “이번 사건에 관해 청와대로부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이첩받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외교부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질책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 관련 부서를 직접 감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향후 외교부는 성 비위 사안에 대해서는 발생 시기와 상관없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며 “관련 조항의 보완 및 내부 교육의 강화를 지시했고 본 사건이 공정히 해결될 수 있도록 뉴질랜드 측과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17년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A씨는 현지인 직원을 세 차례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져 2018년 1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최근 이 사건이 뉴질랜드 방송에 대서특필되며 현지에서 상당한 반향이 일어났다.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3일 한국으로 소환돼 본부발령(대기발령)을 받은 상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