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조국, KBS에 반격…“사모펀드, 거짓말 한 적 없다”

입력 2020-08-24 19:40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24일 “사모펀드 문제와 관련해 거짓말 한 적 없다”고 밝혔다. 전 KBS 법조팀이 이날 성명을 내고 조 전 장관이 청문회 등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을 알면서 속이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라며 “기자간담회 자리 등에서 밝혔듯이, 저는 문제 사모펀드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코링크에 문의한 후 받은 답변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5촌 조카가 개입한 것이 밝혀졌고, 이 점에 대하여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당시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검·언 유착의 데자뷰’라며 일가 재산을 관리했던 김경록 PB(프라이빗 뱅커)가 아내 정경심씨 재판에 나와 했던 증언 일부를 게시했다. 김 PB는 “(정경심 교수 기소 이후) 오래 알고 지낸 KBS 기자를 만났더니 한동훈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이 너의 죄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발언했다.

조 전 장관은 김 PB가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한 인터뷰도 인용했다. 김 PB는 인터뷰에서 “본인(KBS 법조팀장)과 3차장 검사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사람이 너의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영장을 만지작거린다는 소리까지 있더라. 본인이 3차장 검사와 매우 친하니 네가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선처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종합하면 KBS 기자가 한동훈을 언급하면서 김경록PB를 압박했다는 것”이라며 “KBS 법조팀이 한동훈과 합작하여 ‘조국 사냥’에 나섰던 것 아니냐. 채널A 이동재 기자가 벌인 ‘유시민 사냥’은 그 이전에도 등장인물만 바꿔 진행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KBS 뉴스9은 지난해 9월 11일 김 PB를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경심, 5촌 조카가 코링크 운용한다 말해” “투자처 모른다?…‘WFM 투자 가치 문의’” 등 2개 리포트를 보도했다. 보도 취지는 조국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PB는 KBS 보도에서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불리한 내용을 말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KBS가 김 PB 인터뷰를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 이사장이 공개한 김 PB 인터뷰 녹취에 따르면 김 PB는 조국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을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사기 행각으로 규정했다. 조 전 장관 가족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지 모른다는 KBS 보도와 배치되는 내용이라 논란이 일었다.

KBS 법조팀은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께 답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팀장은 김 PB의 인터뷰 내용과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김 PB에게) 인터뷰를 강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 KBS 법조팀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사실과 다른 김경록 PB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확인됐다’고 명시하는 방식으로 KBS 취재진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며 “조 전 장관께서 최근 말씀하시는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스스로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라고 지적했다.

법조팀은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논란에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조팀은 “조 전 장관은 임명되기 전 청문회 과정 등에서 ’5촌 조카가 코링크PE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임명 직후 우리 KBS가 만난 김경록 PB는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며 “더구나 이후 재판에서는 5촌 조카는 사실상 자산운용의 책임자로 드러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한 바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글 전문]

저의 8/23 페이스북 글에 대하여 "당시 KBS 법조팀 제작진"이 8/24자로 답변을 하였습니다. 요지를 정리한 후 답을 하겠습니다.

1. 김경록 PB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와 재판 증언에서 조 장관 인용과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KBS 법조팀장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한동훈 검사장이나 송경호 검사를 지칭하면서 그들이 엄하게 본다 말한 적도 없고, 그들에게 부탁해 인터뷰하면 선처해줄 것이라는 약속한 바도 없다. 후배이기도 한 김 PB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 ‘엄중한 상황’이라는 검찰 수사의 객관적인 상황을 전해줬을 뿐이다.
==> 대학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의 말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의 문제입니다. 저는 (1) 검찰로부터의 위험을 감수하고 ‘알릴레오’ 인터뷰를 한 김 PB의 진술, (2) 법정에서 선서를 하고 행한 김 PB의 진술을 더 믿습니다. 고지한 "엄중한 상황"의 내용도 알고 싶습니다.


2. 김경록 PB는 채널A 사건 뒤, 재판 증인으로 나와서는 ‘송경호 차장검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으로 말을 바꾸는 등 일관되지 못한 주장을 펴고 있다.
===> 대학후배인 김 PB에게 따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당시 상황에서 김 PB가 대학선배인 법조팀장을 모해(謀害)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 PB에게 법조팀장이 두 사람 이름을 모두 말했고, 알릴레오와 법정에서 하나씩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3. ‘검찰과 KBS 기자의 질문이 비슷해 검언유착이 있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김 PB의 억측일 뿐이다.
===>법조팀장과 김 PB가 공개의 장소에서 누구 주장이 맞는지 따져주길 바랍니다.

4. 사실과 다른 김경록 PB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확인됐다’고 명시하는 방식으로, KBS 취재진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 주십시오. 조 전 장관께서 최근 말씀하시는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스스로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 저는 김 PB의 발언이 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인터뷰와 법정증언이라는 그러한 믿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발언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같은 KBS 제작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다룬 김 PB 인터뷰의 문제점도 살펴보시지요. 영상 제목이 “KBS가 마음대로 갖다 붙인 김경록 PB 멘트, 원래 맥락은?”입니다.

5. 조국 전 장관은, 임명되기 전 청문회 과정 등에서 ‘5촌 조카가 코링크PE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임명 직후 우리 KBS가 만난 김경록 PB는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 더구나 이후 재판에서는 5촌 조카는 사실상 자산운용의 책임자로 드러나고 있다.
===>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을 알면서 속이는 발언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기자간담회 자리 등에서 밝혔듯이, 저는 문제 사모펀드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코링크에 문의한 후 받은 답변을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5촌 조카가 개입한 것이 밝혀졌고, 이 점에 대하여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당시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