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표현의 자유 중하고, 여성단체 주장은 파시즘?

입력 2020-08-24 18:30 수정 2020-08-25 00:07
지난 19일 여성단체들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안84와 네이버웹툰은 혐오 장사를 중단하라”고 외치는 모습. 연합

웹툰협회가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 혐오 논란 비판에 통감한다면서도 연재중단이나 작가퇴출을 강제하려는 행위는 파시즘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기안84 연재 중단 기자회견을 열었던 ‘만화계성폭력대책위’의 대표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여성단체들이 네이버 본사에 제출한 성명서에는 1000명이 넘는 네이버 유저들의 의견이 담겨 있었다. 작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협회가 정작 독자들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웹툰협회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기안84 작가의 논란 중인 작품 자체의 가치평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여성혐오, 성소수자와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하와 조롱의 혐의에 바탕한 문제제기와 비판의 함의는 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통감한다”면서도 “독자들의 비판과 지적, 단순 주장과 견해 이상의 연재중단과 작가퇴출을 강제하려는 물리적 위력행사는 단호히 반대하고 배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재 중단이나 작가퇴출 주장도 댓글일 때는 하나의 의미 있는 견해로 이해하고 수긍한다. 작품의 순행과 퇴출은 그만한 가치 평가에 연동해 저절로 결정되면 그만이지만 사회적 어젠다나 특정 정파성과 주의의 관점에서 여느 작가의 창작과 작품을 비판적 논쟁의 영역을 벗어나 물리적으로 강제하려는 행위는 조지오웰의 1984가 경계했던 빅브라더 사회, 전체주의로 해석하는 파시스트들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에도 불쾌한 심정을 표현했다. 협회는 “만화계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어젠다를 명분으로 웹툰 작가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상상을 제약하고 나아가 작가의 부정적 평가와 탄압의 근거로 기능할 수도 있는 성평등을 위한 작품제작 주의점의 권고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또 “여성혐오와 성폭력의 핵심 인과는 위력과 위계인데, 작가의 소양 부족에 따른 부적절한 표현에 지적과 비판을 넘어 실제 연재중단과 작가퇴출을 강제하려는 물리적 행위는 사회적 어젠다의 당위가 작가에게 가하는 엄청난 위력”이라며 “비판과 지적, 논쟁의 영역과 위력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위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감정적 위력행사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등으로 꾸려진 여성단체들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안84와 네이버웹툰은 혐오 장사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네이버 이용자 1167명의 서명서와 요구안을 네이버웹툰 본사에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네이버웹툰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면서 “웹툰 속 여성혐오, 소수자 혐오 논란 뒤에는 구조적으로 이를 방관했던 네이버웹툰이 있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고 방조됐던 혐오할 자유를 더 용납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이번 논란은 기안84가 지난 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에서 시작됐다. 취업준비생인 20대 여성 봉지은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고 말하며 조개를 배에 올린 뒤 깨부순다. 이후 남성 팀장은 봉지은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뭐 그렇게 됐어. 내가 나이가 40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갔잖아”라고 말했다. 이때 남자 주인공은 “잤어요?”라고 되묻는다. 독자들은 봉지은이 남성 팀장과 성관계 후 채용됐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 아니냐며 기안84의 여성관을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여성이 성관계를 통해 승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웹툰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왜곡된 시선으로 퍼트리고 있다”며 “기안84는 이번 논란 외에도 여성혐오, 청각 장애인 비하, 이주노동자 차별, 지방 대학 비하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 웹툰은 어떠한 시정 조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