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뉴욕이 전염병이 남긴 상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뉴욕이지만 전염병이 남긴 사회적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CNBC방송,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의 빈 아파트는 1만3000가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다. 시의 랜드마크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조차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레스토랑은 1200곳 이상 문을 닫았고, 뉴욕·코네티컷 등을 아우르는 대도시교통청(MTA)는 이용객 급감으로 100억 달러(약 12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이 뉴욕을 강타한 지난 3, 4월 수십만명이 도시를 떠난 결과다.
악시오스는 “뉴욕시는 코로나19를 격퇴하는 데 성공했지만, 부유층과 월가의 거물들은 뉴욕을 등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팬데믹 초기에는 단순히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뉴욕을 떠났지만 최근에는 더 다양한 이유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우선 재택근무 요건이 개선돼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뉴욕만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다. 학부모들은 붐비는 도심이 아닌 도시 외곽의 안전한 학교에서 자녀들이 대면수업을 받길 원한다. 만연한 총기사고, 약탈 등에 대한 두려움도 뉴욕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한다.
비관론자들은 “뉴욕은 영원히 죽었다”라고 주장한다.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작가인 제임스 알투처는 “기업들은 외진 곳으로 멀어지고 그들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죽음의 소용돌이와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실이 더 오래 비어있을수록 공실로 남게될 가능성도 더 높다”고 덧붙였다.
유명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는 마이클 와인스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뉴욕에서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며 “플로리다에서는 비용을 훨씬 적게 들이고도 뉴욕과 같은 규모의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