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6일 파업 예고대로”… 정부 면담 성과없이 끝나

입력 2020-08-24 18:07
정세균 국무총리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을 예고한 의료계가 정부와 긴급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한의사협회는 24일 오후 2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1시간가량 면담을 갖고 의료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전국 의사 총파업을 예고했다.

면담에서 정부와 의협은 현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향후 진료현장 정상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의협 간 합의안 마련을 위한 실무협의도 착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했다. 이미 정책 철회는 어렵다는 뜻을 밝힌 정부 측은 의료현장 복귀를 요청했다. 의협은 정책 전면 재검토 없이는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면담 직후 의협은 “면담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으나 견해차는 여전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예고대로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전공의들은 집단 휴진에 들어갔고, 전임의(임상강사)는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병원 현장에서는 진료 업무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병원은 외래 진료와 신규 환자 입원, 수술 등을 줄이며 한정된 인원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전임의마저 파업에 나서고 있어 환자들의 진료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가중되고 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이 빠지면서 초음파 등 검사 일정이 평소보다 밀렸다.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전 진료예약을 했던 환자들 중 일부는 진료날짜를 조정해야 했다.

파업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 광역자치단체 의사회 회장으로 구성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전국의사총파업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전국의사회장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의 혼란을 틈타 의료계와 사전협의도 없이 불통과 오만, 독선을 앞세워 4대악 의료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이것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에 대한 보답인가”라고 비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