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동안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갑작스럽게 확진자가 불어나게 된 원인으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방역에 대한 빗장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코로나19가 대규모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된 것을 꼽고 있다.
교회 소모임 금지명령이 해제됐던 7월 24일은 재확산 위기를 불러온 결정적 순간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면서 소모임 금지령을 해제했다. 성경공부 모임, 성가대 연습 등 소모임을 금지하는 방역수칙을 내놓은 지 2주 만에 빗장을 푼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에서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 감염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사랑제일교회 등에서는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8월 초 예배 영상에선 수백명의 교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앉아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이 확인됐다. 지난 14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이 교회와 관련된 누적 확진자는 24일 870명을 넘어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이번 재유행의 결정적인 원인은 교회 소모임 금지명령을 해제한 것”이라며 “교회는 예배공간이기도 하지만 식사, 모임 등 친목활동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는 고위험 환경이기 때문에 소모임 금지명령을 해제할 때 여러 전문가들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자 가운데 20% 가까이 양성이 나오는 사랑제일교회 등은 상당히 강력한 접촉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위기는 8·15 광화문 집회로 170명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전국적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4일 서울시의 광화문 집회 금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집회를 허가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다수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랑제일교회발 감염이 광화문 집회로 확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도심 대규모 집회에선 방역당국이 감염고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집회참석자뿐만 아니라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나갔던 경찰도 감염됐고 광화문 지역 단순체류자도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최근 2주 동안 감염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 비율이 18.5%로 급증하는 등 코로나19 감염이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여름휴가철이었던 7월 말부터 8월 초엔 집합금지명령이 집중적으로 풀렸다. 서울시는 지난 4일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했다. 지난달 20일엔 수도권의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시설의 운영이 재개됐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됐다고 판단해 수도권에 적용했던 ‘강화된 방역조치’를 일부 완화했던 것이다.
휴가철을 앞두고 정부나 시민 모두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졌던 것이 집단감염의 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엄 교수는 “7월 접어들면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경각심이 많이 이완됐다”며 “사회경제적 활동이 모두 증가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정부가 유행을 만들만한 정책을 펼쳐놓았다”며 “실패에서 교훈을 못 얻고 다시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