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까지 닥친 벨라루스 시위… 리투아니아·우크라이나도 지지

입력 2020-08-24 17:09 수정 2020-08-24 18:35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23일(현지시간) 야권 지지자들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 등 인접국가들도 야권 지원에 나섰다.

타스 통신 등은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민스크 시내에선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부정 선거 무효화와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남동부 도시 고멜과 서부도시 그로드노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9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후 벨라루스에선 대기업 노동자들도 파업과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시위대를 향해 “질서와 평화를 어지럽힌다면 경찰이 아닌 군인과 상대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하는 성명을 냈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에서 물러간 뒤 헬기를 타고 관저에 도착한 뒤 손에 소총을 들고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영 벨타 통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관저로 이동하는 헬기안에서 “대응이 뜨거울 것을 알고 근처에 있던 시위대가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와 인접한 그로드노를 방문해 “야권이 서방의 지원을 받아 정권 교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배후에서 시위를 기획하고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벨라루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인접국가들도 지원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도 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벨라루스 국경까지 32㎞에 달하는 인간띠를 만들어 벨라루스의 민주화를 지지하며 연대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30년 전 리투아니아는 억압의 족쇄를 부수고 전 세계에 우리의 영혼이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우리 벨라루스 형제들이 자유를 외칠 날이 왔다”고 말했다.

친서방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이 권력을 잡더라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누구도 (서방으로) 180도 선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이후 벨라루스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신변 보호를 위해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상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