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취업난 이어져도 “중기 취업, 글쎄…”

입력 2020-08-24 17:03 수정 2020-08-24 17:27

코로나19로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청년구직자들은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안정성 문제가 취업에 더욱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자 중소기업에 대한 선호도 역시 함께 낮아졌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며 중소기업 인식 개선과 정보 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7~20일간 청년구직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취업 관련 청년층 인식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청년구직자들은 공기업과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했으나 향후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연봉과 복지, 고용안정성이 높은 공기업과 대기업에 가고 싶지만 중소·중견기업의 수가 훨씬 많은 만큼 현실적으로는 중소·중견기업에 입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구직자들은 급여 등 고용안정성과 관련해 중소기업 취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은 일이 많은데 비해 급여수준이 낮다(39.6%)’ ‘중소기업 취업 시 고용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25.1%)’고 생각했다. 지난 6월 인크루트가 발표한 ‘대학생이 희망하는 기업형태 조사결과’에서도 전년(6.6%) 대비 올해 중소기업 희망자가 2.7%포인트 감소해 반토막났고, 중견기업도 3.2%포인트 줄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사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는 동안 대기업과 공공기관 인기는 작년보다 늘었다”며 “코로나 여파로 고용안정성과 미래 성장 개발성이 더욱 부각되며 대기업과 공공기관 채용에 기대감이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연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4)씨는 “면접을 봤던 중소기업에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경험하고 ‘이름 있는 곳에 먼저 지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주변 취준생을 봐도 다들 첫 출발을 하는 시기라서 처우나 네임벨류가 좋은 회사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업계 대기업에 취직한 이모(25)씨는 아예 중소기업에 지원할 생각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씨는 “중소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더라도 첫 직장이나 평생직장으로는 생각지 않는 취준생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중소기업은 워라밸이나 복지, 연봉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4.6%가 ‘현재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 공급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제적 어려움과 구직자들의 낮은 관심이 겹쳐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종희 중기중앙회 청년희망일자리국장은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에 부족함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나라 근로자 중 열에 여덟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고, 중기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세금 감면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스스로의 발전가능성을 높이고 사내문화를 청년구직자들 수준에 맞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에서 현재 가장 필요한 변화는 급여나 복지수준의 향상이겠지만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내 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며 “아울러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 커리어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의 금전적 혜택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청년 직원이 회사에 업무 부담을 주지 않고도 훈련을 받으러 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식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청년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급여수준, 조직문화, 복리후생 등 중소기업 일자리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구축 중인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플랫폼’(가칭) 서비스를 연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