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KBS 전 법조팀, 조국 향해 “왜 거짓말 하셨나요”

입력 2020-08-24 17:01
KBS 사옥. KBS 홈페이지 캡처.

KBS 전 법조팀은 2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향해 “공직자 후보로서 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왜 거짓을 말했느냐”며 “투자 당시엔 몰랐어도 청문회 등 검증 과정에 사실관계를 파악해 솔직히 밝혀야 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 아닌가. 당시 답하지 않은 이 부분, 이제라도 먼저 해명하는 게 순서가 아닌지 묻는다”고 밝혔다.

앞서 조 전 장관은 23일 페이스북에 ‘검·언 유착의 데자뷰’라며 지난 20일 일가 재산을 관리했던 김경록 PB(프라이빗 뱅커)가 아내 정경심씨 재판에 나와 했던 증언 일부를 게시했다. 김 PB는 “(정경심 교수 기소 이후) 오래 알고 지낸 KBS 기자를 만났더니 한동훈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이 너의 죄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발언했다.

조 전 장관은 김 PB가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한 인터뷰도 인용했다. 김 PB는 인터뷰에서 “본인(KBS 법조팀장)과 3차장 검사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사람이 너의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영장을 만지작거린다는 소리까지 있더라. 본인이 3차장 검사와 매우 친하니 네가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선처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종합하면 KBS 기자가 한동훈을 언급하면서 김경록PB를 압박했다는 것”이라며 “KBS 법조팀이 한동훈과 합작하여 ‘조국 사냥’에 나섰던 것 아니냐. 채널A 이동재 기자가 벌인 ‘유시민 사냥’은 그 이전에도 등장인물만 바꿔 진행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KBS 뉴스9은 지난해 9월 11일 김 PB를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경심, 5촌 조카가 코링크 운용한다 말해” “투자처 모른다?…‘WFM 투자 가치 문의’” 등 2개 리포트를 보도했다. 보도 취지는 조국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PB는 KBS 보도에서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불리한 내용을 말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KBS가 김 PB 인터뷰를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 이사장이 공개한 김 PB 인터뷰 녹취에 따르면 김 PB는 조국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을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사기 행각으로 규정했다. 조 전 장관 가족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지 모른다는 KBS 보도와 배치되는 내용이라 논란이 일었다.


당시 KBS 법조팀은 2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께 답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법조팀은 “팀장은 김 PB의 인터뷰 내용과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김 PB에게) 인터뷰를 강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 KBS 법조팀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사실과 다른 김경록 PB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확인됐다’고 명시하는 방식으로 KBS 취재진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며 “조 전 장관께서 최근 말씀하시는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스스로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라고 지적했다.

법조팀은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논란에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조팀은 “조 전 장관은 임명되기 전 청문회 과정 등에서 ’5촌 조카가 코링크PE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임명 직후 우리 KBS가 만난 김경록 PB는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며 “더구나 이후 재판에서는 5촌 조카는 사실상 자산운용의 책임자로 드러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전 KBS 법조팀 성명]

<조국 전 법무부장관께 답합니다.>

지난 8월 23일 페이스북에 <검언유착의 데쟈뷰―채널A 이동재 기자에 의한 '유시민 사냥'의 전사(前史)>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과 관련해 사실관계와 당시 KBS 법조팀 제작진의 입장을 밝힙니다.

1. 김경록 PB의 법정 증언과 알릴레오 인터뷰 관련

조국 전 장관은 김경록 PB의 다음과 같은 법정 증언을 인용했습니다.

“(정경심 교수 기소 이후) 오래 알고 지낸 KBS 기자를 만났더니 한동훈(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이 너의 죄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이런 이야기를 했다.”

조 전 장관은 김 PB의 다음과 같은 알릴레오 인터뷰도 인용했습니다.

“본인(KBS 법조팀장)과 3차장 검사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사람이 너의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영장을 만지작거린다는 소리까지 있더라. 본인이 3차장 검사와 매우 친하니 네가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선처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KBS 법조팀장은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KBS 법조팀장은 김경록 PB의 변호인 사무실에서 김 PB를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변호인도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협박했거나,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다면, 함께 자리에 있었던 김 PB의 변호인이 제지했을 겁니다.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인터뷰를 강요한 적도 없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이나 송경호 검사를 지칭하면서 그들이 엄하게 본다 말한 적도 없고, 그들에게 부탁해 인터뷰하면 선처해줄 것이라는 약속한 바도 없습니다.

참고로 KBS 법조팀장은 두 검사와 당시 만남은커녕 통화한 사실조차 없습니다.


당시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한 배경에 김 PB와 실행한 PC 반출이 있었으며, 이 같은 행위는 정 교수 본인 구속 사유까지 될 만큼 중하다는 기사가 나오던 때였습니다. 후배이기도 한 김 PB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 엄중한 상황이라는 검찰 수사의 객관적인 상황을 전해줬을 뿐입니다.

조 전 장관 인용대로, 김 PB는 지난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법조팀장이 송 차장검사와 유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채널A 사건 뒤, 재판 증인으로 나와서는 송경호 차장검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으로 말을 바꾸는 등 일관되지 못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2. 검찰과 KBS의 질문이 일치한다는 주장 관련

조국 전 장관께서는 김 PB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 밝혔습니다.

“9월 7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받았던 질문의 내용과 형식, 순서들과 KBS가 9월 10일 인터뷰에서 한 질문 너무 일치해서 중간에 인터뷰를 끊고 법조팀장에게 질문이 너무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이 아닙니다. 김 PB가 인터뷰를 끊었던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정경심 교수의 투자와 관련된 얘기가 아니라, 본인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자, 인터뷰를 중단한 겁니다. 김 PB가 증거인멸 문제를 오프더레코드로 진행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과정은 모두 녹화돼 있습니다.

김 PB가 당시 인터뷰 질문 내용이 이상하다고 취재팀에게 말한 바도 없습니다. 이 역시 녹취록이 모두 공개돼 있는 데다 촬영 원본을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검찰과 KBS 기자의 질문이 비슷해 검언유착이 있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김 PB의 억측일 뿐입니다. 당시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과정과 증거인멸 여부는 핵심 쟁점이었고, 김 PB는 이를 증언해줄 유일한 인물이었습니다. 검찰이 이를 들여다본다는 사실도 이미 보도되고 있던 내용입니다. 누구라도 그 시기, 이 부분을, 김 PB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3.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결정 관련

조국 전 장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의 인터뷰 왜곡에 대한 법정제재를 결정하였으나, ‘관계자 징계’에서 ‘주의’로 낮추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심위 1차 결론이 징계였던 이유는 조 전 장관처럼 김경록 PB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제작진이 이의를 제기했고 방심위가 이를 받아들여 주의로 결론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전술한 것과 같은 내용의 KBS 입장을 방심위 역시 타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방심위가 주의라는 최종 조치를 내린 이유 가운데, ‘검언유착’은 없었습니다. 방심위는 해당 보도에서 앵커가 김 PB를 정경심의 자산관리인이 아닌 조국의 자산관리인으로 잘못 말했다는 이유 등을 주로 문제 삼았습니다.

조 전 장관은 김 PB의 말을 토대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기 전에 먼저 관련 기사와 방심위 결정문을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4. ‘조국사냥’도 ‘검언동일체의 원칙’도 없었습니다.

조 전 장관은 KBS 당시 법조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가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선처해줄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 아닌가요? 당시에는 KBS 법조팀이 한동훈 또는 송경호와 ‘합작’하여 ‘조국 사냥’에 나섰던 것 아닌가요? 채널A 이동재 기자가 벌인 ‘유시민 사냥’은 그 이전에도 등장인물만 바꾸어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작동하는 줄은 알았는데, 물밑에서는 언제나 ‘검언동일체의 원칙’도 작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부족할 순 있지만, 저희는 기자 생활 내내 어느 정권이든 간에 권력의 부패와 부당한 압력에 최선을 다해 저항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취재진은 장관 후보이자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윤리적·법적 문제에 대해 취재했고, 진실에 근접한 것을 보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를 위해 검찰뿐 아니라 다양한 취재원에게 크로스체크 했습니다. 김 PB를 취재한 이후 정경심 교수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 인터뷰 내용을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또 법무부에도 조국 당시 장관의 반론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 전 장관은 물론 정경심 교수는 이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국 전 장관께 요청합니다.

사실과 다른 김경록 PB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확인됐다’고 명시하는 방식으로, KBS 취재진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 주십시오. 조 전 장관께서 최근 말씀하시는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스스로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마지막으로 저희도 조국 전 장관에게 묻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임명되기 전 청문회 과정 등에서 ‘5촌 조카가 코링크PE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임명 직후 우리 KBS가 만난 김경록 PB는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습니다. 더구나 이후 재판에서는 5촌 조카는 사실상 자산운용의 책임자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직자 후보로서 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왜 거짓을 말했나요?

투자 당시엔 몰랐어도 청문회 등 검증 과정에 사실관계를 파악해 솔직히 밝혀야 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 아닌가요? 당시 답하지 않은 이 부분, 이제라도 먼저 해명하는 게 순서가 아닌지 묻습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