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당분간 대규모 집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인원을 줄여서라도 기자회견과 같은 전국 단위 ‘대면 행사’는 강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기아차 화성지회 조합원 A씨가 지난 21일 평택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24일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방역당국이 조합원 확진 판명과 관련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해왔다”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8·15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A씨는 당시 조합원 2000여명이 모인 이 대회에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서울시가 집회를 금지하자 노동자대회를 ‘기자회견’으로 신고했지만, 참가자들이 단체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와 율동을 따라하는 등 사실상 대규모 집회 형식으로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러명 나오면서 보신각 앞에서 치러진 노동자대회에도 우려의 시선이 많이 전달됐다”며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당일 대회 참가자 전원에게 검진을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유지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노총은 A씨가 노동자대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광복절 1주일 전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노동자가 있었다”며 “노동자대회에 참석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조합원 중 A씨만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함께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던 20여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27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는 온라인 화상회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방역 지침에 맞춰 투쟁 전략을 일부 선회한 것이다. 또 다음 달 5일 대규모 집회 방식으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하반기 투쟁 선포대회’도 열지 않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다만 오는 31일 전국 20여개 지역본부·지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지역별 기자회견장에 참석하는 인원 수나 진행 방식, 방역 지침 등이 불명확해 추가 감염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심각 상황을 잘 알기에 예정된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참석자를 10명 이내로 제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투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건 이해하지만, 아주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대면 행사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