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30·여)씨는 이달 들어 병원 응급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지 두 달이 다 돼가는데도 면역 수치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기는 했지만 후유증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번 주에 예정돼 있는 허리 수술이다. 그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수술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허리 통증이 극심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며 “이마저도 확진자라는 낙인 때문에 선뜻 수술에 응하는 병원이 거의 없어 간신히 수술 일정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했다. 근육통과 인후통 때문에 선잠을 자는 날이 늘어나면서 회복 속도도 더뎠다. 후각과 미각이 마비된 후에는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자신과 접촉해 격리 조치된 가족과 직장 동료 생각에 죄책감도 밀려왔다. 김씨는 “‘나는 감염돼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20~30대 젊은이들이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며 “코로나19가 조금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완치자들의 호소도 짙어지고 있다. 감염 자체만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뒤따르는 데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임신부인 30대 여성 A씨는 다음 달 출산 예정인 태아가 걱정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3월 대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같은 달 중순 완치했다. A씨는 “확진 당시만 해도 코로나19가 산모와 태아에게 ‘수직 감염(산모가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어 감염 소식을 듣고 손이 떨렸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직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지만 출산을 앞둔 A씨는 혹시라도 태아에게 나쁜 영향이 있을까 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
A씨는 감염 이후 받게 될 경제적 타격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처럼 자영업 홑벌이 가정의 경우, 가장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달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에게는 감염 자체가 생명과 가족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 모두가 마스크 착용 원칙을 철저히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감염시 어떤 증세를 보이고 완치 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최근 감염 이후 환자에게서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중추신경계 합병증 등 호흡계 외적인 질환까지 다양하게 발생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인류가 처음 겪는 바이러스라 완치 후 일상이나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와 진단검사에 기대는 게 아니라 각자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켜 예방에 무게를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