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락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결국 V자 반등 가능성을 꺾으면서 경제 회복 시점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 “숫자를 더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지난번에 봤던 -0.2% 보다는 상당폭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대도 가능하냐’는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1%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이 오는 27일 예정된 경제성장률 수정치 발표에서 기존 전망치(-0.2%)에서 -1% 안팎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본보 8월24일자 10면)는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총재는 앞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진 것이 사실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소비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성장률이) 지난번에 봤던 것보다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경제회복세도 약화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에 대한 입장은 명확했다. 이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의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면서 “시장에 자금을 풍부하게 공급해 실물경제 쇼크를 줄이고, 기업들의 자금 흐름을 원활히하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급증세와 관련, “금융안정 우려가 높아진게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가계부채 증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면서 가계소득을 높이는 게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일이고,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 회복세를 높이는 쪽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부실 위험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금융기관의 충격흡수 능력에 아직 여력이 있다. 소위 ‘금융시스템 불안’까지는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더 타격을 많이 줬고, 정부가 근로사업소득 감소 충격을 보충해주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3~4분기 가계소득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감안해 충격 보충 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소비진작 효과나 재정 감당능력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7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한은의 추가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 이미 기준금리가 사실상의 실효하한(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하한선)에 근접한 만큼 여기서 금리를 더 낮출 경우, 외국인의 자금 유출 등 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시장 안팎에서는 발권력을 동원한 국채 매입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의 적자 국채 규모는 70조원 이상에 다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정부로부터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시중에 돈을 푸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7월 금융통화위 당시 이 총재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 금리 조정 이외에 다른 수단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는 발언도 이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의 1차 대유행 당시 기준금리 인하, 금융중개지원 대출 한도 증액,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등을 내놨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여당에서는 코로나19 2차 웨이브를 계기로 2차 재난지원금까지 언급하고 있어 8월 말에서 9월 중 채권 시장은 또다시 공급 우려에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8월 말 내년도 예산안 발표와 금통위 시기가 맞물린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단순매입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