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사라진 노트북’ 없다” 주장에 檢 “신빙성 떨어져”

입력 2020-08-24 16:17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사라진 노트북’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 교수 측이 최근 공판에서 “호텔에서 사용한 건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이었다”는 기존에 없던 주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존재하지도 않은 노트북을 은닉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구속한 건 부당하다는 취지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으로 ‘장외 공방’에 가세했다. 검찰은 “정작 영장심사 때 ‘태블릿’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이 된 ‘노트북 은닉 의혹’ 사건이 벌어진 건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해 9월 6일이다. 정 교수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 묵으면서 자산관리인 김모씨에게 자신의 노트북 가방을 가져오게 했다. 김씨가 노트북 가방을 갖고 이동하는 장면이 호텔 CCTV에 포착됐다. 그런데 가방 속 노트북은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정 교수가 노트북을 은닉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10월 24일 영장을 발부했다.

정 교수 측은 수사 초기부터 노트북 가방 속에 노트북은 없었고 부동산 계약서 등 서류와 불경이 들어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 교수 측은 ‘김씨가 본 건 노트북이 아니라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정 교수는 해당 태블릿을 김씨에게서 빌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정 교수 측의 주장에 대해 “지난해 10월 정 교수의 영장심사 때는 아예 나오지 않았던 얘기”라고 지적했다. 영장심사가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김씨에게 노트북 가방을 받은 지 고작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인데, 당시 곧바로 하지 않은 주장을 뒤늦게 펼치고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김씨도 최근 공판에서 ‘정 교수가 노트북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서 사용했다’는 앞선 검찰 진술과는 결이 다른 증언을 내놨다. 지난 20일 공판에서 정 교수 측 변호인이 “정 교수는 태블릿 PC를 노트북 가방에 넣어 와서 사용했다고 기억하는데 노트북이 확실하냐”고 묻자 “노트북인지 태블릿인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린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이 대목을 올리고 “노트북 건은 공소사실에 들어가지 않았고, (검찰이) 인신구속용으로 썼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정 교수 측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교수 소유의 태블릿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 교수가 김씨에게 빌렸다는 태블릿과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 노트북 은닉 의혹은 정 교수의 증거은닉교사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검찰이 법정에서 다툴 실익도 낮다.

검찰은 정 교수가 구속된 것은 다양한 증거인멸 정황 등을 종합해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트북 하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처럼 말하는 건 무리라는 취지다. 정 교수의 영장발부 사유에는 “현재까지 수사 결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 교수 재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2주간 휴정 권고와 무관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오는 27일은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다음 달 3일은 조 전 장관 등 중요 증인 등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변경 없이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