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집콕족’ 증가로 TV 시청률이 상승했지만 여러 방송이 잇달아 제작을 멈추면서 광고 수익이 나는 본방송 편성은 어렵게 됐다. 코로나19의 악조건이 지속한다면 특집 방송이나 재방송 편성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방송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TNMS에 따르면 일요일인 23일 주요 예능 시청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TV 시청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오후 5시대 방송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SBS ‘런닝맨’을 포함해 오후 6시30분대 방송한 KBS2 ‘1박2일 시즌4’, SBS ‘집사부일체’ 모두 전주 대비 시청률이 적게는 0.2%포인트에서 많게는 1.8%포인트 상승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SBS ‘미운 우리 새끼등 오후 9시대 예능과 MBC ‘구해줘 홈즈’ 등 11시대 예능 시청률도 일제히 올랐다. JTBC ‘뭉쳐야 찬다’, tvN ‘코미디빅리그’와 ‘서울 촌놈’도 소폭 올랐다.
다만 방송 관계자들은 시청률 상승을 방송가 호재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청률이 높아도 본방송보다 재방송이나 특집 방송의 빈도가 높아 광고 이익을 얻을 수 없어서다. 음악 프로그램이나 공개 코미디 방송 등이 관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촬영을 강행하는 이유 역시 광고 수익 문제와 직결된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도입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비슷하다. 그때도 전체적으로 시청률이 뛰었고 특히 드라마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MBC와 KBS가 잠정 중단했던 월화극을 일제히 부활하는 등 드라마 제작에 몰두했으나 방송가 전반의 수익은 나아지지 않았다. KBS1 ‘전국노래자랑, JTBC ‘한끼줍쇼’ MBC ‘구해줘 홈즈’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시즌3’ 등 시민과 접촉하는 야외 촬영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광고 수익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은 더 심각하다. ‘런닝맨’ ‘집사부일체’ ‘서울 촌놈’ 등의 시청률이 오르는 추세지만 코로나19 확진 우려로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현재 방송가는 셧다운을 우려하는 수준으로 악화했다.
앞서 예능 촬영장이 문을 닫기 전 드라마 촬영도 대부분 중단되면서 방송가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KBS는 주요 드라마 제작을 24일부터 30일까지 중단했다. 26일 첫 방송 예정이었던 ‘도도솔솔라라솔’을 포함한 후속 수목드라마는 편성 일정이 조정되고 ‘비밀의 남자’는 1주일 동안 결방된다. 넷플릭스도 한국 콘텐츠 제작을 잠정 중단했고 스튜디오 드래곤도 24일부터 31일까지 예정된 모든 촬영을 멈췄다. JTBC 스튜디오는 제작 중인 드라마인 ‘18어게인’ ‘경우의 수’ ‘사생활’ ‘런온’ ‘라이브온’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촬영을 중단했다. 다른 산업보다 방송가의 경우 코로나19 직격탄이 상대적으로 늦게 미치면서 활로 찾기에 여념 없다.
코로나19 여파에 전 세계적으로 K드라마 입지가 단단해지던 상황에서 여러 드라마 제작이 중단돼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K드라마는 현재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인도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관계자들은 현장 셧다운을 막기 위해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