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살균제 주의…“공기 중 살균·소독제, 폐질환 유발가능”

입력 2020-08-24 11:42 수정 2020-08-24 11:5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살균·소독제가 공기 중 뿌려져 호흡기로 들어가면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분무형 살균·소독제 사용 시 공기 중에 뿌리지 말고 필요한 곳에 뿌린 뒤 닦아내며 반드시 환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경희대에 따르면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 연구팀은 최근 펴낸 논문 ‘라멜라 구조의 형성이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으로 인한 독성 반응 개시 인자일 것이다’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DDAC는 가습기살균제의 주요 성분 중 하나다. 박 교수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인간 기관지 상피세포와 실험용 쥐를 상대로 한 연구에서 DDAC는 4㎍/mL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을 급격하게 감소시켰고, 세포 내 소기관 손상과 세포 자살, 세포막 손상을 유도했다.

기관지를 통해 500㎍의 DDAC를 1회 투여한 쥐는 투여 후 14일까지 살았으나 2회 투여한 쥐에서는 만성 섬유성 폐 병변이 관찰됐고, 이후 사망했다.

DDAC에 노출된 세포와 쥐에서는 라멜라 구조체가 형성됐는데, 라멜라 구조체가 과도하게 생성될 경우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박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살균·소독제를 공기 중에 뿌리지 말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환기된 상태에서 사용하며 △염소(Cl) 계열 소독제는 사용 후 반드시 환기하고 △자주 물로 손과 입, 코 주변을 닦고 △에탄올 성분 손소독제를 사용한 경우 절대로 얼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러 살균 소독제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됐다.

박 교수의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학술지 ‘독성학 및 응용 약리학(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살균·소독제를 분무기로 뿌리는 경우 방역 효율도 낮고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어 되도록 뿌리기보다는 사물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