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친딸이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탄원서 등으로 밝혔지만 징역 13년형의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처벌불원서가 양형 감경 요소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유사 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 자신의 친딸을 모텔로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살을 하겠다며 딸을 협박해 성폭행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딸의 집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 재판에서는 A씨의 딸이 재판 과정에 제출한 탄원서와 처벌불원서가 쟁점이 됐다. A씨의 딸이 1심 재판부에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2차례, 처불불원서를 1차례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행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인간의 존엄 및 가족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여타의 성폭력 사건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윤리적 비난가능성도 대단히 높다”며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 친딸의 처벌불원서 제출과 관련해 “처벌불원이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 원하는 의사를 표시했다가 2달 만에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는 등 선처를 바라는 주된 이유가 피해자 모친과 동생의 생활고 때문으로 보인다”며 “부양가족의 생계 곤란을 이유로 처벌불원 한 것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진심으로 용서해 진실한 의사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대부분 인정하고 2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로 명령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