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 마련해보세요

입력 2020-08-24 10:30 수정 2020-08-24 12:21
아트미션 제공

미술계 크리스천 연합체인 아트미션(회장 이영신)은 지난 21일 ‘한국 기독교 미술의 실천과 과제’라는 주제로 비대면 ‘크리스천 아트 포럼’을 개최했다. 제18회 포럼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술 사역이 위축된 가운데 한국 기독교 미술의 현안과 미래 청사진에 관해 토론했다.

‘한국 기독교 미술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발제한 방효성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장은 기독교미술을 좁은 의미의 종교화로 바라보는 관점이 아닌 삶과 신앙의 집약으로 봤다.

방 회장은 특히 현대 기독 미술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관심이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기독 미술가들의 작업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성도들이 하나님을 지성이나 의지로만 아는 것을 넘어 가슴으로 느끼고 눈으로 즐김으로써 하나님을 풍성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트미션 제공

오의석 대구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 기독교 미술의 체현된 선교의식과 사역의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오 교수는 유럽 등에서 미술을 통해 복음이 전해지는 선교 현장들을 소개했다. 이런 사역의 성격으로 작품 창작과 전시 발표를 통한 복음 전도, 미술교육으로 기독교 문화관과 복음의 확산, 문화교류와 현지 환경의 개선 등을 꼽았다.

김병호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교수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미술’을 강조하며 기독 미술인에게 신앙과 하는 일(삶), 그 일을 하는 방식(예술) 사이의 일치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령의 도우심 안에서 신앙과 삶, 예술의 일치를 위해 평생을 두고 씨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독 미술가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신앙고백 속에서 구원의 기쁨과 영생의 소망을 전하는 사역자적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작가의 전인적 삶을 드리는 예배로서의 미술을 통해 그 존재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재난의 미술’이란 주제 발제에서 기독 미술가들이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트미션 제공

서 교수는 14세기 유럽 흑사병으로부터 비롯된 마카브르 단스, 16세기 네덜란드 흑사병이 촉발한 바니타스 정물화, 1910년대 후반 스페인 독감에 걸린 화가들, 동일본 제도의 지진과 일본 작가들의 반응, 중국 쓰촨의 대지진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품들, 9·11 사건과 그로 인한 작품, 지구촌 난민들과 그들의 고통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했다.

서 교수는 “재난 상황에선 누군가도 나처럼, 아니 나 자신 이상으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내 안에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보라”며 “암울한 시기야말로 고귀한 소명을 받을 절호의 기회다. 이 통찰은 우리 세상을 지금보다 친근하고 우호적인 세상으로 나가게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트미션 관계자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 기독교 미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길 바란다”며 “창작과 수용 두 방면에 걸쳐 한층 저변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