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맨쇼’ 전당대회…미국 정치전통 ‘깡그리’ 무시한다

입력 2020-08-24 08:47 수정 2020-08-24 09: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올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24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다.

이번 전당대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원맨쇼 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 ‘TV 리얼리티쇼’ 같은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막을 열기 전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는 전당대회 지지 연설 연사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포함시키면서 또 다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정부 현직 장관이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에 동원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장소로 인식됐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당대회가 실시되는 나흘 내내 연설을 할 예정이다. 사실상 온 가족이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나서는 것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를 겨냥해 총을 겨눴던 백인 부부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백인 부부 마크 맥클로스키(왼쪽)와 패트리샤 맥클로스키가 지난 6월 28일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가 자신의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총기를 겨누고 있다. 불법 총기 사용 혐의로 기소된 맥클로스키 부부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 행위와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민주당 양당이 존중했던 규범들을 짓밟고(trample)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직을 선거운동에 활용한다는 비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치 전통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원맨쇼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이유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접근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온라인 모금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촉발된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당대회 둘째 날인 25일 트럼프 대통령에 한 표를 부탁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외교수장이다. WP는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최고위 외교관은 당파 정치로부터 떨어져있는 오랜 전통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밀어붙일 예정이다. 백악관을 대선의 무대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악관 연설을 준비할 백악관 직원들이 연방정부 건물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해치법(Hatch Act)’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논란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당대회가 열리는 24∼27일 나흘 내내 연설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현직 대통령으로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나흘 내내 민주당을 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현직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 후보를 수락하는 연설을 통해 피날레를 장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전당대회 마이크를 잡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총출동하는 것도 역대 전당대회와 다른 모습이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25일 전당대회에서 연설한다. 또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 차녀 티파티,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이자 에릭의 부인인 라라 트럼프까지 날짜를 바꿔가며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 5명 중 멜라니아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배런만 제외하고 모두 전당대회에서 아버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논란의 인물도 연단에 선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가 자신의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총을 겨눈 혐의로 기소된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백인 부부 마크 맥클로스키와 패트리샤 맥클로스키도 전당대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통합이 강조됐던 전당대회에 흑백 분열의 상징적 인물이 나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재선 캠프 입장에선 백인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한 노골적인 연사 섭외다.

NYT는 그러나 아직 전당대회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지지 연사 명단이 최종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깜짝 쇼’를 하려는 것도 일정이나 연사가 알려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NYT는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