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G산업서 日 밀어주나… “화웨이 대안으로 ‘O-RAN’ 검토”

입력 2020-08-24 00:16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 위챗 등 중국 IT기업들을 대상으로 ‘IT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5세대(5G) 네트워크 업계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대안으로 일본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화웨이를 대체할 후보로 O-RAN(Open Radio Access Network)이 급부상하고 있다. O-RAN은 가상 및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로 라디오 전파를 통해 각종 장치를 네트워크에 무선으로 연결해준다.

O-RAN은 일본 유통업체 라쿠텐이 오는 9월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5G 가상네트워크를 출시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

라쿠텐의 O-RAN 네트워크에는 미국 기업인 에어스팬과 퀼컴, 인텔의 소프트웨어와 일본전기주식회사(NEC)의 하드웨어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O-RAN이 성공적으로 대중화된다면 중국 화웨이 대신 미국과 일본의 합작 기술이 5G 표준 시장을 선점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O-RAN을 화웨이 기술의 대안으로 삼기 위해 서두르는 모양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당초 지난 3월로 예정됐던 O-RAN 개발 포럼이 다음달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행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및 라쿠텐, 인텔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O-RAN을 화웨이 기술의 대안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이전부터 꾸준히 표해온 ‘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고 나왔다.

콘스탄스 타우베 미 국가방첩안보센터 부국장은 “5G를 작동하는 네트워크가 믿을 수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반한다면 안전한 운용이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일부 믿을 수 없는 업체에 대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더티 네트워크’ 상에서는 그 어떤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타우베 부국장은 이어 “화웨이가 5G 장비를 빠르게 구입하기 위한 ‘원스톱 쇼핑’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대안이 될 수 있는 5G 통신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할 업체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클린 네트워크 운동’을 제시하며 애플과 구글 등 미국 IT기업들에 중국 업체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하기도 한 만큼 미국 5G 산업의 ‘탈(脫) 화웨이’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SCMP는 O-RAN이 화웨이뿐 아니라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 중국 STE 등 하드웨어 중심 5G 기술 개발사를 밀어내는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