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응급실 중환자 못 받아”… 의료대란 위기감

입력 2020-08-23 17:54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21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병원 본관에서 한 전공의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모든 연차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어서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의(임상강사), 봉직의까지 이번 주 파업에 동참하면 의료공백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내과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는 받을 수 없다는 내부 공지를 내렸다. 내과는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등을 세부 전공으로 두고 있어 암 환자를 돌보는 등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전공의가 적지 않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 3년차 레지던트에 이어 이날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까지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급 종합병원은 전공의 파업에 따라 신규 환자 입원과 외래 진료 예약을 줄이고, 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등 감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임의, 봉직의 등도 이번 주 파업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업무 전반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수급 의료진이 남아 수술과 진료, 당직업무를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임의협의회는 24일부터 차례로 단체행동을 시작해 26일에는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전임의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하루동안 파업했던 지난 7일과 달리 이번에는 무기한 파업인데다 전임의까지 현장에서 철수한다면 현장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서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부산에서는 병원 수련 전공의 가운데 90%에 가까운 인원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선별진료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지역 21개 수련의 전문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는 총 913명으로 이 중 789명(87%)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의협과 대전협 등은 코로나19 사태의 엄중함을 고려해 분만, 응급, 중환자 치료 등 필수의료 유지 기능은 지키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업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응급실, 응급실 내 중환자실은 필수인력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며 “진료공백이 발생하지 않고 법에 명시된 필수인력이 유지되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최예슬 정우진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