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거리두기 3단계 이미 늦었다…지금 당장 격상해야”

입력 2020-08-23 17:35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3일 4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전국 대확산 양상이 뚜렷해지자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수도권부터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일일 확진자 규모뿐만 아니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 검사 건수 대비 양성률, 환자의 지역적 분포, 집단발생 건수 등을 종합하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김 교수는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손 씻기로 감염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며 “강력한 이동 중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3단계로 올려서 국민의 경각심을 90%로 올리면 1주일쯤 지나 효과가 나온다”면서 “전 국민이 동참하려면 단기적으로라도 3단계로 가야 한다. 교회 등 특정 집단이 아니라 카페, 회사, 관공서 등 코로나19가 일상에 널리 퍼졌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방역 당국에서도 3단계 격상 신호를 넣고 있는데 정부 내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오늘 당장이라도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난 주말에 3단계를 발령했어야 했는데 늦었다”면서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3단계로 먼저 올리고 지방도 필요하면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격상 시 발생할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관련해서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며 “거리두기의 단계를 강력하게 올려 빨리 수습하고 회복시키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단계 격상으로 국민의 자발적 동참을 끌어내야 1~2주 안에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우왕좌왕하거나 결정을 미루면 파고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97명으로, 최근 4일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정부가 전국적 대유행을 우려해 그동안 수도권에만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전국으로 확산했으나 이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2주일 간 일 평균 확진자 수가 100~200명 이상을 기록해야 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이른바 ‘더블링’이 주 2회 발생해야 한다. 다만 이는 참조지표로 활용될 뿐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게 방대본 측 설명이다.

방역당국은 다음 주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고위험 시설 외에도 카페, 학원, 결혼식장, 영화관 등 중위험 시설의 영업이 중단되고 1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된다. 학교와 유치원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거나 휴교·휴원하며, 공공기관은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민간기업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근무 형태가 권고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