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역대 가장 많은 36만여명이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용 침체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최근 ‘부동산 광풍’이 거세게 불면서 직접 전문성을 갖추려는 재테크족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제31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접수한 수험생은 36만2754명으로 파악됐다. 1983년 국내에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수험 인원인 29만8227명보다 6만4527명이나 늘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취업난이 극심했던 외환위기 때인 97년 수험생이 처음 10만명을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2002년에는 26만50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공단이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를 시작한 이래로 올해 가장 많은 수험생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역대 가장 많은 36만여명이 몰린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위기’와 ‘부동산 광풍’ 등 복합적 요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만9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4월과 5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7만6000여명, 35만2000여명이 줄었다.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200~300명대로 늘면서 고용시장 침체는 더욱 심각해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청년층 고용 위기가 유독 심해지면서 공인중개사 수험생도 20~30대 증가가 도드라졌다. 20대 수험생은 처음으로 4만명을 돌파했고 수년간 8만~9만명대를 유지해온 30대 수험생은 올해 10만명을 넘겼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위기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회사 취업 대신 직접 전문성을 갖추려는 젊은 인력이 늘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공인중개업을 ‘중장년층의 복덕방 사업’ 정도로 여겼지만, 이제는 젊은 층이 새로운 취업 돌파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동산 광풍’이 거세게 분 것도 젊은 층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이 신개념 재테크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시험에 접수한 직장인 이씨(36)는 “코로나19에 따른 혹시 모를 구조조정 등 위기에 대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려 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집값이 폭증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중을 위해서도 부동산 정보와 지식은 정확하게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으로 많은 36만여명의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산업인력공단은 초비상이다. 하루에 이 많은 수험생이 시험을 보려면 적어도 전국에 500여개 시험장을 빌려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선뜻 빌려주려는 학교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공단은 전국에 499곳 시험장과 1만1398개 교실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시험실 수험인원이 기존 30명에서 20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방역물품 구비 등에 따른 예산운영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시험장 내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