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즈의 산실이 된 클럽 ‘야누스’를 만든 ‘한국 재즈계 대모’ 박성연이 23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박성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 8군 무대 오디션에 응모해 가수로 데뷔했다. 노래를 계속하고 싶어 1978년 서울 신촌에 재즈클럽 야누스를 오픈했다. 야누스는 한국인이 연 최초의 재즈클럽이지만 오픈 이후 지속적으로 운영난에 시달렸다. 클럽 위치도 부침을 겪었다. 이화여대 후문, 청담동을 거쳐 현재는 서울 서초동에 자리 잡았다.
지난 2012년에는 클럽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박성연이 평생 소장해온 LP판을 경매로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후배들은 박성연을 돕기 위해 헌정공연 ‘땡큐, 박성연’을 개최했다. 말로, 이부영, 여진, 써니킴, 혜원 등 재즈 보컬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는 지병 악화와 운영난으로 2015년부터 클럽 운영에서 손을 뗐다. 신부전증 악화로 쓰러진 후 서울 은평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야누스는 현재 후배 가수 말로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박성연은 투병중인 지난 2018년 클럽 40주년을 맞아 휠체어를 타고 특별 공연을 펼쳐 재즈와 야누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성연은 89년 첫 앨범 ‘박성연과 Jazz at the Janus Vol.1’을 발표했다. 그 후 ‘세상 밖에서’ ‘박성연 With Strings’ 등 모두 4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해엔 후배 가수 박효신과 르노 삼성 자동차 브랜드 광고에도 모습을 비췄다. 투병중임에도 광고 배경 음악인 자신의 곡 ‘바람이 부네요’를 박효신과 함께 불렀다. JNH뮤직은 박성연은 시련조차 되레 음악적 축복으로 여겼다며 그가 생전에 했던 말을 소개했다. “외롭고 괴로울 때면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난 블루스를 더 잘 부르게 되겠구나.”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7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