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냐 선별지급이냐’…재난지원금 2라운드 돌입한 당정

입력 2020-08-23 17:22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며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정부 간 줄다리기 ‘2라운드’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1차 재난지원급 지급 때와 비슷한 당정 간 의견 대립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아직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책위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 재정적 상황과 지급 대상 및 규모 등을 검토한 뒤 어떻게 할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 당국인 기재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재부가 난감해 하는 이유는 실탄이 없기 때문이다. 1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약 60조원의 1~3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국가채무비율 43% 돌파는 2년이나 앞당겨졌다. 기재부는 다음 달 초까지 내년 지출 규모도 결정해야 한다. 경기 부진으로 수입은 감소하는데,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 대비 8%대 중반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또 빚을 내야 한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을 하면 나랏빚 규모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앞서 당정은 지난 4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지급 대상을 놓고 의견차를 보였다. 당시 기재부는 재정 여력을 고려해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의 압박에 100% 지급을 수용했다.

이번에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비슷한 의견 대립이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아직 정책실에서 관련 논의를 한 적은 없다. 코로나19 진행 상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문제 등이 다 맞물려 있지 않겠나”면서 말을 아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일각에서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 분석이 채 끝나기도 전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차 재난지원금 관련) 의제를 선점할까봐 당 지도부가 조바심을 낸 것 같다”며 “솔직히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재정 정책을 너무 정무적으로 쓸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유력 당권·대권 주자들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경쟁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점도 논란 확산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양새다.

통합당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열고 “재난지원금과 추경 등 예산 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급 범위는)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지급돼야 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나름의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여야 합동 코로나 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정부‧여당보다 발 빠른 대책을 제시하며 지지여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재희 심희정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