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테슬라’ 승승장구에도… S&P 기업 대다수는 ‘마이너스’

입력 2020-08-23 16:58 수정 2020-08-23 16:59

미국 뉴욕 증시가 끝없이 치솟는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코로나19 사태에도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른바 ‘빅5’로 꼽히는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페이스북이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의 25%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테슬라와 넷플릭스가 더해진 ‘빅7’의 시가총액은 7조7000억 달러(약 9150조원)를 돌파했다. 이들 7개 기업의 가치가 한국 증시 시가총액(약 1850조원)의 5배에 육박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주의 눈부신 오름세 속에 ‘증시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빅5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연초 대비 37%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S&P500 기업들의 주가는 6% 하락에 그쳤다. IT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 이전 주가를 크게 뛰어넘는 동안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뒷걸음질에서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이 아주 비슷한 몇 개의 주식(기술주)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주 가운데서도 최근 투자 자금을 쓸어 담으며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건 애플과 테슬라 두 종목이다. 애플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상장 기업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370조원)를 넘어섰다. 다음 날 글로벌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 1위인 테슬라도 주당 2000달러 고지를 밟았다. 애플과 테슬라는 주식 가치는 유지하면서 주당 가격만 낮추는 ‘주가 분할’ 방침을 지난달 말과 이달 11일 발표했는데, 그 이후 주가가 각각 23%, 45% 넘게 치솟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투자처를 찾아 떠도는 자금이 주당 가격이 낮아진 애플과 테슬라로 쏠릴 거라는 기대 심리가 확산된 덕분이다.

반면 승승장구 하는 종목들과 그렇지 못한 종목들 간의 주가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지는 양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로나 쇼크 직전인 올 2월 19일과 비교해 ‘필수 소비재’(아마존 등 포함) 업종과 ‘IT’ 업종 주가는 각각 15.5%, 13.6%씩 오른 반면, 에너지(-34.2%) 금융(-21.6%) 부동산(-13.3%) 업종 등은 여전히 주가가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코너스톤 매크로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칸트로비츠는 파이낸셜타임즈(FT)를 통해 “최근 증시 상승은 실제로 소수의 주식으로 인한 것이며, 그 이면의 현상을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