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신용대출 규제 강화 ‘일단 멈춤’?

입력 2020-08-23 16:23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금융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이나 주식 구입에 쓰이는 ‘우회 통로’는 철저히 차단하되, 코로나 사태로 재차 민생 경제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긴급 자금 수요까지 옥죄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생활자금 용도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대출 잔액이 급증했다고 해서 바로 규제를 강화할 일은 아니다”며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고 23일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신용대출이 주식·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조만간 신용대출 증가세에 손을 댈 거란 관측이 높았다.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며 사실상 ‘제로 금리’에 들어선 상황에서 신용대출로 주식을 사거나 주택 구입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초 2000억원 수준이던 전체 금융권의 월별 신용대출 증가액은 6월 들어 3조7000억원, 지난 달에는 4조원으로 뛰어올랐다. 코로나 사태로 생활 안정 자금 수요가 급증한 것과 더불어 주식·주택 자금 수요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코로나 시국에서 신용대출까지 강하게 규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코로나 상황에서 금융권에 돈을 풀어 달라고 요청하는데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정책 목표에)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었다.

대신 부동산 구입 등에 신용대출이 쓰이는 상황은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최근 은행권에 강조했다. DSR는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가 이후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은 경우 DSR 규제 범위에 들어가는지 꼼꼼히 따져봐 달라는 취지다. 현재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이후 3개월 내 신용대출을 신청한 차주에게 대출 용도를 확인하고, 주택 구매 목적이라면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게 인정될 경우에도 신용대출 금액을 주택담보대출 금액에 합산하고 있다”며 “신용대출 규제와 관련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