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공방’ 조국, 이번엔 윤석열 “구속 자제” 발언 직격

입력 2020-08-23 16:12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구속 수사의 절대적 자제’ 발언에 대해 “대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냐”며 날을 세웠다. 자신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했다는 취지다.

조 전 장관은 더 나아가 개헌을 통해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에 대한 헌법 규정을 삭제하고 법률 조항으로 갈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조 전 장관의 ‘장외 공방’을 두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이날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돼야 한다”는 윤 총장의 지난 3일 신임검사 임관식 발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정 교수 사건을 두고 “작년 검찰은 ‘사라진 노트북’을 강조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구속기간 만료 후에는 필사적으로 연장신청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강조하는 원칙은 대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것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조 전 장관이 언급한 정 교수 노트북의 은닉 여부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 공판에서 쟁점이 됐다. 이날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모씨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해 9월 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면서 “노트북 가방을 가져다줬으니 노트북 컴퓨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시 정 교수가 이 노트북을 숨겼다고 판단해 증거인멸의 우려를 주장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지난 22일 김씨에 대한 정 교수 측 증인신문 일부를 페이스북에 올려 ‘정 교수가 노트북을 은닉했다’는 검찰의 기존 주장을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김씨가 신문에서 “노트북인지 태블릿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흐린 대목을 근거로 들었다. “정 교수는 당시 태블릿 PC를 노트북 가방에 넣어 와서 사용했다고 기억하는데 노트북이 확실하냐”는 정 교수 측 변호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결국 존재하지 않는 노트북을 숨겼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이 무리하게 정 교수를 구속시켰다는 게 조 전 장관의 주장이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은 23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김씨 신문 내용을 토대로 헌법 12조 3항에 규정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겨냥했다. 그는 “이는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 때 들어간 조항”이라며 “1960년 헌법은 ‘체포, 구금, 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라고만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개헌이 된다면 영장청구권을 헌법사항이 아니라 법률사항으로 바꿔야 한다”며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딸 조모씨가 제1저자로 기재된 ‘단국대 의학논문’이 2010년도 고려대 입시에 활용됐는지 여부를 놓고도 장외 공방을 펼쳤었다. 그는 지난 17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검찰이 2010학년도 고려대 입학사정관을 맡았던 지모 교수에게 ‘기만적 조사’를 했다며 수사팀 검사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검사가 고려대 압수수색에서 조씨의 입시 제출서류 목록표 등을 확보한 것처럼 지 교수를 속였고, 이는 지 교수에 대한 언론 취재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보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었다. 조 전 장관은 그간 고려대에 조씨 의학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조씨의 제출자료 목록표에 단국대 의학논문이 제출된 것으로 표시돼 있고, 이를 정 교수 컴퓨터에서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입시 서류는 보존기간 5년이 지나 고려대 압수수색에서 찾지 못했지만 조씨의 제출자료 목록표 등을 볼 때 논문을 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지난 20일 정 교수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이 겪은 상황에서 그런 반론을 하실 수는 있다”면서도 “법정 증언에 대해 조서도 나오지 않았고, 구체적 내용에 대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주장하는 건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 장외 공방은 재판부의 ‘자중 요청’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물론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정 교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정 밖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기존의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재판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