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빅딜로 기대를 모았던 두 항공사가 인수·합병(M&A) 무산 혹은 파기 위기 이후 여전히 돌파구를 못 찾고 있다.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대표이사 간 만남이 성사됐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위해 다음 달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직원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와 권순호 HDC현산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면담에서 재실사에 대한 양측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계약 마무리를 위한 대면 협상을 요구한 후 HDC현산이 9일 “대표이사 간 협상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번 회동이 이뤄졌다.
‘150여일간의 재실사’라는 HDC현산의 기존 요구사항을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입장에선 HDC현산의 인수 완료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기 때문에 인수가 전제만 된다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재실사를 받는 건 동의하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한 재실사에 대한 HDC현산의 의지도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한쪽에선 HDC현산이 거래 조건 등을 협의하기보다 재실사 요구만 반복한다는 점에서 계약무산에 대비해 명분 쌓기에 나선 거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에 지난 20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제안한 면담도 성사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과의 M&A가 최종 결렬된 이스타항공은 최근 조종사노조와 근로자대표 등에 직원 절반이 넘는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방안을 전했다. 이달 말 구조조정을 한 후 상황이 좋아지면 100% 재고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리해고 대상은 현재 남은 직원 약 1300명 중 절반이 넘는 7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매각주간사를 포함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들이 모두 조직 슬림화와 보유 항공기 축소를 요구했다”며 “현재 남아있는 18대의 항공기를 5~7대 사이로 줄일 계획이라서 구조조정이 불가피”라고 말했다. 이어 “정리해고 인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대 800~900명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노선 등이 정상 운항하면 모두 재고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및 근로자 대표 측은 회사의 결정을 일부 이해하면서도 구조조정 대상 선별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 완료 후 매각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이 회사는 다음 달 초 법정관리 신청을 목표로 재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대출을 통해 국내선 운항 재개에 필요한 자금을 우선 확보한 후 일부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운항증명(AOC) 재발급을 위해 제2금융권 대출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자금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