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공연장이 문을 닫은 가운데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에서 대규모 실내 행사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콘서트 등에서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가늠하기 위한 수천명 규모의 실내 콘서트가 세 번이나 열렸다.
22일(현지시간) 할레 의과대학 연구원들이 유명 싱어송라이터 팀 벤츠코가 무대에 오르는 실험 공연 ‘리스타트19’를 세 차례 연달아 열었다고 영국 BBC 등 해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해당 실험은 코로나19 여파에서도 콘서트의 지속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이뤄졌다.
작센 안할트 주정부가 99만 유로(약 13억8851만원)를 지원한 이번 실험에는 18~50세 사이의 건강한 지원자 2200명이 참여했다. 다만 임산부나 최근 위험한 지역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실험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각 콘서트는 안전 기준에 다른 조건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콘서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방식대로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뤄졌다. 두 번째는 관객들이 약간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도록 했다. 세 번째는 입장객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1.5m의 간격을 둔 스탠딩 공연으로 개최됐다. 사전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콘서트 참가자는 사전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으며 입장 시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연구진은 홀 내 거리두기를 지키는지와 동선을 추적하려 지원자 몸에 추적기를 달았고, 형광 소독제를 이용해 어떤 물체의 표면을 특히 주로 만지는지 등을 관찰했다. 참석자들이 숨 쉬며 내뱉은 에어로졸 형태의 입자들도 추적했다. 연구를 이끈 스테판 모리츠 박사는 “데이터 수집이 아주 잘 됐고 우수한 데이터가 모였다. 마스크와 소독제를 쓰라는 규칙도 잘 지켜졌다”고 말했다. 이날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을 거쳐 가을쯤 초기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오페라, 클래식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공연장은 물론 다수 기획사와 제작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쳤다. 배우, 제작진의 실직도 뒤따랐다. 이번 실험 결과는 고사 위기에 처한 세계 문화계가 재개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