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 전례 없는 셧다운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사상 최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공연계 관계자 여러 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크고 작은 공연 10여개가 줄줄이 취소됐다. 코로나19 확산 기점인 15일 광복절 집회 이후 공연계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면 공연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공연 특성상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잦은 연기와 취소 여파로 공연계 피로감은 극심해진 상황이다.
23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7일부터 22일까지 공연계 매출은 30억4818만원 수준으로 전주(10일~16일·48억8935만원)에 비해 약 35%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해진 광복절 집회 이후 관객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관객이 가장 많은 날인 금요일과 토요일을 비교해보면 지난주(14~15일) 매출은 21억8179만원을 기록했으나 이번 주 21~22일은 11억8736만원에 그치면서 약 50%가 줄었다.
이번 주말 공연계는 최악의 셧다운을 경험했다. 대형 뮤지컬과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불문하고 공연 10여개가 잇따라 문을 닫았다.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킹키부츠’는 출연 배우 중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발생해 22일, 23일 공연을 취소했다.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던 뮤지컬 ‘렌트’ 역시 당초 폐막일보다 하루 앞당겨 22일 막을 내렸다.
대학로도 공연 취소가 잇따랐다. 22일과 23일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 예정이던 소극장 뮤지컬 ‘난설’ 4회차 공연이 취소됐다. 배우 유현석이 코로나19 확진자와 2차 접촉자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현석이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중이던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도 취소됐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개와 고양이의 시간’ ‘전설의 리틀 농구단’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주말 공연을 취소했다.
한숨 돌리던 공연계, 더 큰 폭풍에 속수무책
공연계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차츰 한숨 돌리던 중이었다. 뮤지컬 ‘모차르트!’가 한 차례 공연 연기 끝에 좌석 거리두기 없이 개막해 흥행했고 앙코르 공연까지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지난달 말 멈췄던 국공립 극장 공연도 재개해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하지만 현재 공연계는 연일 시름에 잠겨 있다. 지난 7월 공연계 매출은 17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달(105억원)에 비해 60% 이상 증가했고, 이달도 16일까지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7월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였지만 22일까지 매출은 160억원에 그쳤다. 현재 주요 공연 대다수가 취소·연기 및 좌석 거리두기를 진행하고 있어 이대로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공연계는 전례 없는 셧다운 현실에서 여러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민간 공연장에도 좌석 거리두기 권고하면서 대형 상업 공연도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민간 공연계는 기존 예매 취소 후 재예매 방식으로는 공연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하에 잔여석 판매 금지와 추가 예매를 중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산업 붕괴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인파가 운집하는 공연 특성상 뾰족한 대비책이 없어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대안으로 여겨졌던 온라인 공연은 아직 정착하지 않았고 유료화는 도입 중이다. 운영한다고 해도 K팝 아이돌 콘서트 아닌 이상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공연이 가까스로 개막해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예민하게 주시하며 취소와 연기를 반복하다 보니 업계 피로감은 상당하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극단 산의 연극 ‘짬뽕&소’ 현장에서 16명이 확진됐다. 하지만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방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