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약 200종의 견종이 있습니다. 세계 3대 반려견 협회인 아메리카 캔넬클럽(AKC) 기준에 따르면 견종은 195종, 영국캔넬클럽은 218종이며 분류 기준은 외형, 신체비율, 털의 색상과 질감, 성격, 적합한 생활환경 등 입니다.
다같은 개인데 굳이 견종을 나누는 걸 꺼림칙하게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유행처럼 특정 견종을 선호하다가 버리는 종차별을 우려하는 분도 있겠지만, 견종 구분은 차별을 위한 게 아닙니다. 개의 혈통을 공부하는 것은 견공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입니다. 초창기 개들은 인간에게 필요한 외모, 성격을 갖도록 개량됐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보호소에서 비글을 입양한다면 녀석은 생전 훈련받은 적 없어도 사냥개의 후예답게 코를 킁킁대며 숨겨둔 간식을 찾을 겁니다.
믹스견의 경우도 부모견의 혈통을 알면 물려받은 성격, 유전병 등에 대처할 수 있고요. 이렇듯 품종은 절대적이진 않지만 사람으로 치면 적성검사처럼 견공의 많은 것을 알려주는 유용한 정보입니다.
그렇다면 견종은 어떤 기준과 심사과정을 거쳐 구분할까요? 가장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로 인정받는 AKC의 견종 등록심사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부모견 족보가 있나
부모의 특성을 파악하면 후손들의 습성, 건강 등을 예측하기 유리합니다. 그래서 AKC는 부모견의 혈통을 중시합니다. 새로운 견종으로 등록되려면 그 부모가 AKC가 공인하는 ‘부모견 클럽(Parantal Club)’에 속하거나 개별 국가에서 인증된 품종견이어야 하죠.
② 도그쇼 입상 경력
AKC가 공인하는 품종견에 등록되려면 국제 도그쇼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도그쇼 심사위원들은 4가지 항목인 ▲성격 검사(Good Quality) ▲보호자와 팀워크(Movement) ▲외모 특성(breed type) ▲무대 연기력(Presentation) 등 네 가지 요소를 엄격하게 평가합니다.
심사위원들은 견공의 성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교성이 떨어지거나 공격적인 개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사회성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받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블러드하운드, 마스티프 등 18세기 브라질에서 개량된 경비용 맹견들은 그 품성이 너무 사나워서 AKC의 품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AKC는 1995년부터 견종보존소(FSS)를 운영해 후보견들의 시험 통과를 돕고 있습니다. 현재는 아메리칸 레퍼하운드, 야쿠텐 라이카 등 81가지 예비견종이 교육을 받고 있죠.
③ 150마리, 40년치 족보가 있어야 한다
가장 까다로운 마지막 단계입니다. 새로운 견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대에 걸쳐 일정한 성격과 외모가 발현돼야 합니다. AKC는 심사기준을 내고 “개체 수는 150마리 이상이면서, 품성이 최소 40년 동안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붕어빵처럼 닮은 개체들이 적어도 3대에 걸쳐서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견종들의 태생 국가에서 요구하는 윤리기준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AKC는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 같은 경우는 견사의 넓이, 마리수 제한 등 엄격한 규정을 맞춘 전문 브리더만이 중성화하지 않은 개를 기를 수 있죠. 오닐 부사장은 “반려견 협회들은 현지 윤리수준에 맞는 번식 요건 및 대회 규정을 운영하기를 권장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AKC가 고발조치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개체수가 적어서 아쉽게도 가문의 탄생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죠. 스페인에서 산토끼 사냥개로 유명한 에스파뇰은 그 개체수가 너무 적어 견종 등록에 실패했죠. 현재 견종보존소에는 11개 견종이 개체수 부족으로 기타 견종(Miscellaneous Class)에 분류된다고 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