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데 대해 야권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정치적 언론플레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인 김기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상식에 비추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이고 그 자체로 모순적인 정보”라며 “대북 이슈로 국면 전환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세습 독재인 북한 체제 특성상 위임 통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뤄진 적도 없다”면서 “겨우 스트레스 때문에 권력을 위임했다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썰’을 곧이곧대로 믿으라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정보위는 국정원의 독점적 대북 정보 권한을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북한 황강댐 무단방류 하나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는 대북 정보력으로 북한 내 권력의 깊은 내막은 어찌 그리 속속들이 잘 안다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라고 비꼬았다.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갑자기 위임 통치 운운하며 마치 북에 권력 변동이나 유고 사태가 생긴 것처럼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호도해버린 것은 전적으로 박지원 원장이 아직도 정치의 때를 벗지 못하거나 언론의 관심에 집착하는 ‘관종병’ 때문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위임 통치라는 매우 자극적인 단어를 북이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도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개념을 만들었다”면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북한 정보를 임의로 가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 실패와 거여(거대 여당)의 폭주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 침체로 민심이 흉흉한 작금에 국정원장이 북한 정보를 이용해 언론의 관심과 민심을 돌려보려고 한 것이라면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를 지낸 신범철 충남 천안갑 당협위원장 역시 “통치 스트레스는 정치적으로 무능하다는 소리이고, 책임 분산 역시 결국은 책임회피라는 것”이라면서 “사실일지라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 너무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의 ‘북한 위임 통치’ 발표 이후 ‘김정은 건강 이상설’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김대중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위임 통치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김정은이 병상에 누워서 더 이상 통치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거나 쿠데타에 의해서 실권을 했을 경우뿐”이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장 이사장은 “최근에도 쉬지 않고 김정은의 건강 상황을 추적해 왔고 관심 있게 살펴 봐왔다”면서 “그는 현재 코마(혼수) 상태에 빠져 있고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이나, 완전히 생명이 멈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