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 대선 사상 최악 사기될 것”… 대선불복 밑그림 그리나

입력 2020-08-21 16:37 수정 2020-08-21 16:5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후보 수락 연설 직전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친여 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감행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기까지 불과 한 시간여 남은 시점이었다. 상대 당 전당대회의 피날레를 목전에 두고 남의 집 잔치에 재를 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 오바마·부통령 바이든이 집권했던 8년 간 미국에는 엄청난 증오와 분열이 도래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묘사했다.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 동안은 존중의 의미에서 튀는 언행과 공세를 자제하는 미국 정치권의 관례를 앞장서 무너뜨린 것이다.

트럼프의 이번 인터뷰는 지난 나흘간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 마무리를 앞두고 대항 프로그램 격으로 편성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적합한지 묻는 질문에는 자화자찬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국제사회 독재자들을 거론하며 ‘체스의 달인’으로 칭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자신의 게임에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엄청난 체스 고수가 아니라면 이들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바이든은 자신과 달리 이들을 다룰 협상 능력이 없다고 폄훼했다.

인터뷰는 30분간 진행됐고, 바이든 후보 수락 연설을 50분 정도 남긴 저녁 11시에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후보 수락 연설 직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악평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47년간 조는 자신이 오늘 연설에서 말한 그 어떤 것도 실천하지 않았다”며 “그는 변하지 않을 거다. 그저 말뿐이다”라고 조롱했다. 대선 경쟁자에게 잠깐의 관심도 쏠리지 않도록 미리 차단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선거조작 음모론도 또다시 꺼냈다. 트럼프 진영은 현재 우편투표가 확대돼 유색인종 등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확대하는 일이 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우편투표를 권장하며 선거를 훔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의 후보 수락 연설로 대선판이 본격 막을 올린 당일부터 부정선거 프레임을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나는 우편투표가 선거 결과를 조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패배를 싫어하고 깨끗이 패배에 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대선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비슷한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 언론들은 현재 바이든에게 뒤지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불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트럼프 진영이 이 같은 발언들을 계속 내놓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패배 시 재선거를 요구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