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대국 중단으로 이어진 시스템 오류를 사과했다. 박정환 9단의 마우스 클릭 착점을 인식하지 못한 시스템 ‘먹통’으로 시간패가 선언되면서 국내외 바둑팬들의 원성을 샀다.
한국기원은 21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프로그램 오류, 마우스 문제, 해킹 등 발생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점검하고 있다”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벌이는 국가단체전인 만큼 바둑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대회임을 알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 실망했을 모든 분에게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문제의 상황은 지난 20일 한국의 박 9단과 중국의 판팅위 9단이 펼친 12국에서 발생했다. 박 9단의 백 158수 착점에서 대국 프로그램은 마우스 클릭을 인식하지 못했다. 박 9단은 초읽기 종료 직전에 착점 위치에 커서를 놓고 마우스를 클릭했지만, 프로그램은 반응하지 않았다.
박 9단은 시간패 선언 전까지 수차례 마우스를 다시 클릭했다. 이 모든 과정은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서도 포착됐다. 중국기원도 박 9단의 착점 클릭이 초읽기 종료 전에 이뤄진 것으로 동의했다. 다만 프로그램 오류도 대국의 일부라고 판단한 중국기원은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환의 승리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은 시점에서 발생한 오류는 국내외 바둑팬들의 반발과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국기원 홈페이지와 SNS에서 항의성 글들이 줄을 이었다. 재대국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일부 중국팬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많았다.
박 9단과 판 9단은 결국 이날 오전 10시에 재대국했다. 이 대국에서 18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한국기원은 입장문에서 “이번 대회 규정인 ‘인터넷 환경이나 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중지된 바둑에서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바둑은 각국 판정위원 3명이 만장일치로 승패를 결정하고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대국한다’는 문안에 따라 재대국했다. 중국기원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원은 “3시간 넘게 혼신의 힘을 다해 임했던 바둑이 무효처리된 박 9단과 판 9단에게 위로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바둑기사들과 팬, 후원사에 사과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