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범 체포 가능” 명단 제출 거부 사랑제일교회, 강제수사 목전

입력 2020-08-21 16:03
2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중대본의 역학조사 중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오라”며 방역 당국에 끝내 신도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결국 경찰에 고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 대응 기조를 밝히고 방역·수사 당국이 즉각 압수수색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사랑제일교회 측을 상대로 한 강제수사는 기정사실화됐다.

방역·수사 당국의 태도는 지난 2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가 집단감염 중심으로 지목됐을 때에 비해 조금 달라진 편이다. 당시에는 종교집단을 자극하는 것이 방역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압수수색 대신 행정응원(기관 간 행정지원) 형식을 취하는 등 신중한 태도였다. 하지만 수도권 확산세가 심각한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신도 명단 제출을 거부한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시와 경찰청은 전날 교회 측에 역학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방문했으나 이날 새벽 빈손으로 돌아왔다. 교회 측이 문을 잠근 채 내부 진입을 막았고, 신도로 추정되는 이들이 찬송을 부르거나 욕설을 하며 저항했기 때문이다. 역학조사에 저항하는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압수수색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공개했다. 감염병예방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이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역 당국은 교회 측을 상대로 추가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회가 전달한 900여명의 신도 명단은 부정확했고, 실제 신도 규모도 그보다 큰 2000~3000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사랑제일교회 앞 경찰 병력. 연합뉴스

교회 측의 반발은 지난 2월 신천지 사태 당시와 비교해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다. 방역·수사당국의 행정조사에 결국 응했던 신천지와 달리 사랑제일교회는 거꾸로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고 본인도 결국 확진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방역 당국의 행위를 공안 통치에 빗대거나,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는 기정사실화됐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제수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방역활동 방해 행위에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애초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신천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던 때에 신중론을 폈던 검찰도 이번에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를 위한 수사’보다 ‘방역당국 행정에 협조할 수 있는 수사’가 돼야 한다”고 당시 참모들에게 지시했었다. 중대본이 앞서 신천지의 ‘음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검찰에 압수수색 유보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모두 신속한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이미 일선에 방역 저해사범에 대한 원칙적 구속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방역 당국도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면, 검찰이 굳이 다른 걸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